지난주 금요일 저녁, 설거지를 하려고 물을 틀어놨는데 갑자기 바닥이 축축해지는 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싱크대 문을 덜 닫았나 싶어서 무심코 발로 툭 밀어봤는데, 바닥 타일 틈새로 물이 배어 나오는 거였다. 주방 싱크대 바로 아래쪽이 젖어 있는 걸 보고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작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어서 그때는 마트에서 파는 뚫어뻥 용액을 한 통 다 부어서 해결했기에, 이번에도 별일 아니겠거니 싶었다. 그래서 일단 급한 대로 식초와 베이킹소다를 섞어서 부어봤다. 그런데 이게 웬걸, 평소에는 ‘치익’ 소리를 내며 거품이 올라와야 하는데 오늘은 반응이 영 시원치 않았다. 오히려 물이 제대로 안 빠지고 싱크대 볼 쪽으로 찰랑거리며 솟구쳐 오르는 거다. 당황해서 급하게 물기를 닦아내느라 썼던 행주가 몇 번을 헹궈도 더러워지기만 했다.
집 주변을 검색하며 느꼈던 피로감
결국 밤 9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휴대폰을 붙잡고 동네 근처 업체를 찾기 시작했다. 보통 하수구 막힘 해결 비용이 10만 원에서 많게는 30만 원까지 부른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서, 어디에 전화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어떤 곳은 ‘하수구 내시경 비용’이 별도라고 적혀 있고, 어떤 곳은 ‘고압 세척’을 기본으로 권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디까지가 필요한 작업인지 감이 안 왔다. 블로그에 올라온 광고성 글들을 계속 넘기다 보니 점점 더 짜증만 났다. 그냥 동네 지인들한테 물어볼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괜히 밤늦게 사람을 부르는 게 아닌가 싶어 망설여졌다. 사실 하수구가 단순히 기름때 때문인지 아니면 배관 구조적인 문제인지 내가 알 방법이 없으니 더 답답했다. 그래도 물은 계속 차오르고, 아랫집에 피해가 갈까 봐 덜컥 겁이 났다. 일단은 출동 가능한 곳 중 가장 솔직해 보이는(?) 곳에 전화를 걸었다.
낡은 스타킹과 분리 배출의 중요성
전화를 기다리는 동안 싱크대 아래를 다시 살펴보니, 예전에 누가 알려줬던 ‘낡은 스타킹’이 생각났다. 배수구 거름망 위에 스타킹을 씌워두면 기름기나 음식물 찌꺼기가 덜 들어간다는 그 팁 말이다. 나는 그동안 번거롭다는 이유로 그걸 거의 안 했었다. 기름기 많은 프라이팬을 닦을 때 키친타월로 먼저 닦아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바쁠 때는 그냥 물로 휘휘 저어 흘려보내곤 했던 게 후회됐다. 제주시에 사는 지인이 폐식용유를 하수구에 버리지 말고 전용 수거함에 모으라고 했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하수관 막힘이 환경 오염뿐만 아니라 결국 이렇게 내 돈으로 해결해야 하는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는 걸 왜 진작 실감하지 못했을까. 막상 싱크대 아래가 물바다가 되고 나서야 배수구 관리가 왜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꼈다.
결국 사람을 불렀지만 남은 찜찜함
업체 사장님이 오셔서 장비를 꺼내시는데, 생각보다 거창했다. 전동 와이어 같은 걸 넣어서 배관을 긁어내기 시작하시는데, 그 안에서 나온 덩어리들을 보고 정말 기겁했다. 굳어버린 기름 찌꺼기가 마치 바위처럼 뭉쳐져 있었다. 작업은 대략 1시간 정도 걸렸고, 생각했던 예산 범위 안에서 끝나기는 했다. 하지만 사장님이 가시면서 ‘배관 자체가 오래되어서 나중에 또 막힐 수 있다’는 말을 툭 던지고 가셨다. 그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찜찜해졌다. 배수로 공사까지 할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계속 이렇게 막힐 때마다 10만 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의문
작업이 끝난 후에는 물이 시원하게 잘 내려가서 다행이다 싶지만, 이제는 물을 틀 때마다 조금 긴장하게 된다. 이게 근본적인 해결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임시방편이었을까. 하수구 내시경 비용을 아낀다고 굳이 안 해도 된다고 했던 내 판단이 맞는 건지도 계속 의문이다. 어쩌면 조금 더 비용을 들여서 배관 상태를 확실히 봤어야 했을까? 다음에 똑같은 일이 또 생기면 그때는 더 큰 비용이 드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그냥 오늘 밤은 싱크대 거름망을 꼼꼼히 닦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본다. 낡은 스타킹을 서랍에서 찾아봐야겠다.

식초와 베이킹소다 반응이 시원하지 않아서 좀 당황스러웠어요. 특히 물이 솟구쳐 오르는 모습이 걱정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