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하다가 마주한 당혹스러운 상황
며칠 전 일이다.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거실로 나오는데 어디선가 톡, 톡 하는 불길한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베란다 창문을 제대로 안 닫았나 싶었는데, 소리가 나는 곳을 따라가 보니 다름 아닌 화장실이었다. 천장 환풍기 옆 틈새로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얼른 세면대 아래를 확인했지만 그쪽은 멀쩡했다. 윗집에서 물을 많이 쓴 건지, 아니면 우리 집 배관 어딘가에 문제가 생긴 건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밤 9시가 넘은 시간이라 어디 연락하기도 애매하고, 일단 양동이를 받쳐두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윗집에 올라가서 물어볼까 하다가도 괜히 실례가 될까 봐 망설여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냥 노크라도 해볼걸 그랬나 싶다.
관리사무소 호출과 허무한 첫인상
다음 날 아침 일찍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했다. 사실 우리 아파트가 지어진 지 20년이 넘어서 이런 일이 생길 만도 하다고 생각은 했다. 관리사무소 직원이 오더니 천장을 슬쩍 열어보고는 바로 한숨부터 쉬었다. 대략 30분 정도 씨름을 하더니, 이건 자기들이 손댈 수 있는 영역이 아니란다. 횡주관 문제일 수도 있고, 아니면 방수층이 깨진 것일 수도 있는데, 전문적인 누수 검사가 필요하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검사 비용만 20만 원에서 많게는 50만 원까지 부르는 곳도 있다고 하니 시작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다. 인터넷으로 ‘아파트 횡주관 청소’나 ‘누수 검사’를 검색해보니, 다들 하나같이 광고성 글뿐이라 더 답답했다.
유튜브를 보고 고쳐보려 했던 며칠간의 소동
유튜브를 보면 누구나 배관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도 직접 고쳐볼까 싶어서 다이소에서 파는 뚫어뻥 용액이랑 배수관 클리너를 잔뜩 사서 부어보기도 했다. 물론 아무 효과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집 배관은 SUS 배관이라 일반 가정용 세척제로는 택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차 싶었다. 괜히 독한 약품만 부어서 배관을 더 부식시킨 건 아닐까 하는 찜찜함이 가시질 않았다. 세탁기 배수구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섞여서 화장실에 들어갈 때마다 머리가 아팠다. 차라리 처음부터 제대로 된 설비 업체를 부를 걸 그랬다.
설비 기사님이 다녀가신 뒤 남은 묘한 기분
결국 동네에서 후기가 그나마 괜찮은 설비업체에 연락을 했다. 기사님은 오자마자 배관을 뜯어보더니, 기름기가 엉겨 붙어서 통로가 좁아진 상태라고 했다. 10년 넘게 살면서 싱크대에 기름을 흘려보낸 게 누적된 모양이다. 작업 비용은 대략 30만 원 정도가 나왔다. 3시간 정도 웅웅거리는 기계 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앉아 있는데, 문득 이렇게 살면서 배관 상태까지 신경 써야 하나 싶어 서글펐다. 기사님은 작업이 다 끝나고 나서 ‘이런 집들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라고 툭 던지는데, 그게 위로인지 그냥 하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미세한 찝찝함
지금은 물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비가 오거나 윗집에서 물을 많이 쓰는 시간이 되면 괜히 화장실 천장을 쳐다보게 된다. 이게 완전히 고쳐진 건지, 아니면 또 몇 달 뒤에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겠다. 주변 사람들은 이제 누수 없으면 다행이라는데, 집이라는 게 참 손이 많이 간다. 누수 검사 비용은 냈지만, 근본적인 배관 노후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려면 전체 교체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그건 수백만 원 단위라 엄두가 안 난다. 일단은 이렇게 조마조마한 상태로 그냥 계속 지내야 할 것 같다. 이게 맞는 건지, 아니면 조금 더 큰돈을 들여서 공사를 하는 게 나았을지, 아직도 마음 한구석이 불안하다.

전체 교체는 금액 때문에 정말 고민이네요. 윗집도 같은 문제를 겪을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하고.
설비 업체 기사님 말씀처럼, 오래된 배관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는 게 맞긴하네요. 저도 어렸을 때 집에서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냄새가 나면 바로 걱정됐어요.
기름때 때문에 그런 일이 있었군요. 오래된 배관은 정말 관리하기가 쉽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