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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대 물 내려가는 소리가 이상해지더니 결국 일이 터졌다

어제 설거지를 하다가 문득 소리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평소라면 쪼르륵 내려가야 할 물이 꿀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한참을 머무는 거다. 처음엔 그냥 음식물 찌꺼기가 조금 꼈겠거니 싶어서 무시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물을 한가득 담아 버려보니 아예 바닥 배수구 쪽에서 역류할 기세로 차오르는 게 보였다. 덜컥 겁이 났다. 아래층으로 물이 새는 건 아닌지, 아니면 이 오래된 빌라 배관이 아예 꽉 막힌 건 아닌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다이소에서 산 뚫어뻥의 한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이소에 달려갔다. 집에 굴러다니던 베이킹소다랑 식초를 붓는 건 이미 예전에 해봤던 거라 별 효과가 없을 거란 걸 알고 있었다. 이번엔 좀 제대로 해보겠다고 5천 원짜리 압축기랑 뱀처럼 긴 스프링을 사 왔다. 땀을 뻘뻘 흘리며 한 시간 넘게 배관에 그 쇠줄을 집어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다. 이게 끝까지 들어가기는 하는데 뭔가 딱딱한 게 걸리는 느낌이 든다. 당겨 올려보니 기름 슬러지가 조금 묻어 나오긴 했지만, 정작 물은 여전히 내려갈 생각을 안 했다. 손목은 다 까져서 쓰라리고, 싱크대 아래쪽 주름관은 이미 낡아서 여기저기 갈라져 있었다.

출장 부르기 전의 망설임

결국 업체를 불러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검색창에 ‘청주시 하수구 막힘’을 치니까 광고 글이 너무 많아서 어디를 골라야 할지 막막했다. 어디는 출장비가 5만 원이라 하고, 어디는 무조건 15만 원부터 시작이라고 한다. 150만 원까지 들었다는 지인의 이야기가 떠올라 선뜻 전화를 걸기가 어려웠다. 그냥 내가 조금만 더 고생하면 될 것 같은데, 이 고생이 과연 돈을 아끼는 건지 아니면 더 큰 돈을 쓰게 만드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리뷰가 좀 현실적인 곳에 겨우 연락을 했다.

전문가의 작업과 묘한 기분

기사님이 오셨는데 작업 장비가 내가 빌려 쓴 거랑은 차원이 달랐다. 커다란 기계를 가져와서 배관 내부를 확인하시더니 한마디 하셨다. ‘기름이 안에서 다 굳어서 덩어리가 됐네요.’ 30분 정도 작업하니까 거짓말처럼 물이 쑥 내려갔다. 속이 다 시원하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했다. 고작 30분 만에 끝날 일을 붙잡고 나는 왜 그 난리를 쳤나 싶기도 하고, 진작 부를 걸 그랬나 싶기도 했다. 배관 교체까지 하면 더 들 텐데 일단은 뚫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여전히 남는 찜찜함

비용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적게 들었지만, 그래도 아까운 건 사실이다. 기사님은 이제 기름진 거 함부로 버리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평소에 신경 쓴다고 했는데도 결국 이렇게 되나 보다. 싱크대 밑을 다시 정리하고 나니 저녁 7시가 훌쩍 넘었다. 배관을 뚫는 기계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것 같다. 내일 또 물이 잘 안 내려가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함도 가시질 않는다. 이런 일은 돈이 나가는 것보다 나가는 과정이 너무 번거롭고 피곤하다. 다음엔 이런 일이 생기면 고민하지 말고 바로 부르는 게 정신 건강에 좋겠지, 싶은데 사실 다음번에 또 같은 상황이 오면 나는 똑같이 고생하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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