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대 배관 역류로 시작된 난감한 오후
주말 오후였다. 설거지를 하려고 물을 틀어놨는데, 왠지 물이 빠지는 속도가 평소보다 느릿했다. 그러더니 싱크대 하부장 안쪽에서 뭔가 ‘꿀럭’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음식물 찌꺼기가 조금 꼈나 싶었다. 긴급하게 다이소에서 사 온 뚫어뻥 용액을 한 통 다 붓고 기다렸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바닥 장판 위로 알 수 없는 거무튀튀한 물이 스며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이건 단순히 내 손으로 해결할 수준이 아니라는 걸 말이다. 2년 넘게 살면서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왜 하필이면 다들 쉬는 주말에 이런 일이 터지는 건지 원망스러웠다.
집주인에게 연락하는 과정의 피로감
결국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싱크대 배관이 역류해서 거실까지 물이 찼어요.”라고 말하자마자 돌아오는 대답은 늘 비슷했다. 세입자가 평소에 관리를 잘 안 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식의 뉘앙스였다. 우리 집은 입주하기 직전에 집주인이 직접 리모델링을 했다고 자랑했던 곳이다. 공사한 지 이제 3년이 채 안 된 배관이 벌써 막힌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갔다. 기름때가 쌓인 걸 수도 있겠지만, 그게 온전히 내 책임인지, 아니면 애초에 공사가 잘못된 건지 알 길이 없었다. 결국 내가 비용을 반씩 부담하자는 식의 타협안을 내놓고 나서야 그나마 대화가 풀리기 시작했다. 마음 한구석이 계속 찜찜했다.
하수구 업체가 다녀간 뒤 남은 찝찝함
지인을 통해 수소문한 동네 하수구 설비 업체 아저씨가 왔다. 장비를 몇 번 넣더니 묵직한 이물질이 걸려 나왔다. 비용은 대략 15만 원 정도가 나왔다. 아저씨는 배관 구배, 그러니까 기울기가 생각보다 평평해서 이물질이 쌓이기 쉬운 구조라고 한마디 툭 던지고 갔다. 집주인이 인테리어 할 때 싸구려 부속을 썼거나 시공을 제대로 안 한 것 같다는 뉘앙스였다. 현장에서 바로 이체를 하고 나니 허탈했다. 이게 만약 내 잘못이 아니라 건물 구조적인 문제라면, 나중에 이사 나갈 때까지 계속 이 돈을 내가 들여가며 뚫어야 하는 건지 불안함이 엄습했다.
관리는 누가 하는 것이 정답인가
사실 뉴스에서 보면 지자체 차원에서 상하수도 시설을 일제 점검한다거나, 예산을 들여 노후된 하수관을 바꾼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런 큰 공사야 환경업체가 알아서 하겠지만, 집 안의 작은 배관 하나는 결국 세입자의 몫으로 남는다. 며칠 뒤에 싱크대를 다시 열어봤다. 물은 잘 빠지지만, 왠지 또다시 역류할 것 같은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집주인에게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기도 참 애매하다. 이미 수리가 끝났고, 당장 물이 잘 빠지는데 굳이 ‘배관 기울기가 이상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게 진상처럼 보일까 봐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들
어쩌면 나는 전세라는 계약 형태 안에서 아주 좁은 범위의 관리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씽크대 아래를 열어볼 때마다 나는 내가 고칠 수 없는 영역과 고쳐야만 하는 영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느낌이다. 다음번에도 똑같은 일이 터진다면, 그때는 정말 집주인과 진지하게 배관 교체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까. 아니면 그냥 주기적으로 뚫어주는 비용을 생활비 일부로 생각하고 포기하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까.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았고, 오늘도 설거지할 때마다 물 내려가는 소리에 예민하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

싱크대 배관 문제, 생각보다 답답하네요. 2년 동안 문제가 없다가 갑자기 터지니 더 짜증나겠어요.
이런 문제 때문에 겪는 답답함, 정말 공감해요. 특히 새로 이사한 집에서 바로 이런 문제가 생기면 더 혼란스러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