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주말 오후 싱크대 아래에서 솟아오른 물웅덩이를 보며

설거지하다 마주한 난감한 물바다

지난 토요일 오후였다. 평소처럼 저녁 준비를 하려고 개수대에 물을 틀어놨는데, 왠지 평소보다 물 빠지는 소리가 둔탁했다. 그러려니 하고 채소를 씻고 있는데, 아래쪽 싱크대 하부장을 열어보니 이미 바닥이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물을 흘렸나 싶어서 당황했는데, 자세히 보니 배관 연결 부위에서 물이 꾸역꾸역 솟아오르고 있었다. 아파트 관리실에 전화해볼까 하다가, 주말이라 연결이 잘 안 될 것 같아 그냥 수건으로 닦아내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닦아도 닦아도 끝이 없었다. 결국 인터넷에 ‘싱크대 물샘’이나 ‘막힌 하수구 뚫는 법’ 같은 걸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무슨 광고 글이 그렇게 많은지 보기가 힘들었다.

다이소 제품부터 뚫어뻥까지의 헛수고

집에 굴러다니던 액체형 세정제를 들이부어봤다. 한 병을 다 썼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오히려 배관 안에서 꿀렁거리는 소리만 더 크게 났다. 예전에 마트에서 사둔 수동 뚫어뻥도 써봤지만, 그건 변기에나 효과가 있는 거지 싱크대 배관 구조에는 별 도움이 안 됐다. 그러다 보니 벌써 2시간이 훌쩍 지났다. 바닥은 젖어 있고, 싱크대 아래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게 단순한 막힘이 아니라 배관 문제인가 싶어 겁이 나기 시작했다. 20만 원 내외면 해결된다는 후기들을 읽으며 그냥 사람을 부를까 말까를 수십 번 고민했다.

용인 근처 설비 업체를 찾으며 느낀 점

결국 용인 근처 설비 업체를 검색했다. GS설비나 현해환경 같은 곳들이 눈에 띄었는데, 전국적으로 지점이 많다는 홍보 문구들이 오히려 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나는 그냥 지금 당장 와서 이 냄새 나는 물만 빼줄 사람이 필요한 건데, 무슨 브랜드 대상을 받았다는 기사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24시간 긴급 출동’이라는 문구를 보고 몇 군데 전화를 걸어봤다. 예상대로 주말이라 출장비가 평일보다 조금 더 붙는다고 했다. 대략 15만 원에서 20만 원 사이를 불렀는데, 이게 적정한 가격인지 알 길이 없으니 그냥 알겠다고 했다.

긴급 출동으로 해결은 했지만 개운하지 않은 이유

한 시간쯤 뒤에 기사님이 오셨다. 장비를 꺼내더니 내시경 화면을 보여주는데, 그 안에는 기름때가 잔뜩 껴 있었다. 내가 그동안 쓴 기름진 설거지물들이 쌓이고 쌓여서 돌덩이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기사님이 기계로 윙윙 소리를 내며 배관을 청소하니 막혔던 물이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속은 시원한데, 기사님은 6개월에 한 번씩은 주기적으로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데 솔직히 좀 지쳤다. 냄새를 완전히 차단하는 트랩이니 뭐니 설치해도 결국 근본적인 건 사람의 습관이라나.

결국은 관리의 문제인가

그날 저녁, 뚫린 싱크대를 보며 다시 설거지를 했다. 기사님이 가신 뒤에도 왠지 배관 안쪽에서 또 물이 역류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완벽하게 차단한다는 제품들도 사실은 냄새를 잠시 막아줄 뿐이라는 걸 알게 됐다. 지금은 물을 쓸 때마다 일부러 뜨거운 물을 한 번씩 더 흘려보내고, 구멍에 마개를 꽉 닫아두는 게 버릇이 됐다. 누군가는 이런 서비스가 훌륭하다고 하지만, 나는 왠지 그 돈을 들여서 일시적으로 해결한 것뿐이라는 찝찝함이 남는다. 다음에는 내가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쯤은 알아두고 싶은데, 막상 배관을 뜯어볼 엄두는 여전히 나지 않는다. 앞으로 얼마나 더 잘 지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주말 오후 싱크대 아래에서 솟아오른 물웅덩이를 보며”에 대한 4개의 생각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