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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수전 하나 갈려다가 싱크대 밑을 다 뒤집어놨다

호기롭게 시작한 주방 수전 교체

어느 날부터인가 주방 대림바스 수전 목 부분에서 물이 조금씩 맺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고무패킹 문제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이게 시간이 갈수록 뚝뚝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지더니 결국 바닥까지 적시는 지경이 됐다. 관리실에 물어보니 업체 부르면 기본 출장비만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라길래, ‘이까짓 거 직접 하면 되지’ 싶어 유튜브를 몇 번 돌려보고 바로 공구를 샀다. 수전 교체용 몽키스패너랑 배관을 조일 때 쓰는 전용 공구를 샀는데 배송비 포함 3만 원 정도 들었나. 사실 이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벽 안쪽 배관이나 수전 너트가 오래되면 녹이 슬어 잘 안 풀린다는 걸 너무 쉽게 생각했다.

꽉 물려버린 배관과 땀 범벅이 된 오후

좁은 싱크대 하부장에 몸을 구겨 넣고 낑낑대기 시작한 지 2시간이 지났다. 분명 영상을 볼 때는 슥 돌리면 빠지던데, 내 주방 수전 너트는 요지부동이었다. WD-40을 뿌리고 한참을 기다려도 봤지만, 녹이 슨 건지 아니면 애초에 공사할 때 너무 세게 조여놓은 건지 꿈쩍도 안 했다. 손목은 이미 얼얼하고, 좁은 공간에서 상체를 비틀고 있다 보니 땀이 눈으로 흘러들어 눈도 따갑고 정신이 혼미했다. 왜 시작했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오는데 이미 수전은 분해하기 시작해서 다시 조립할 수도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이래서 사람들이 설비공사를 맡기는구나 싶었다.

예기치 못한 누수와 배관 상태

겨우 힘을 줘서 기존 수전을 떼어내고 보니, 타일 뒤쪽 배관 연결부가 생각보다 상태가 안 좋았다. 물이 맺혀 있던 건 단순히 수전 문제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연결된 PE 배관 쪽에서도 아주 미세하게 습기가 묻어나는 게 보였다. 이게 오래된 아파트들의 고질병이라던데, 단순히 수전만 바꾸면 해결될 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미 오후 4시가 넘어가고 있었고, 슬슬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는데 배관 연결부 마감이 영 찜찜했다. 일단 새로 산 수전을 대충 달아놓고 물을 틀어봤는데, 다행히 수전 자체에서는 물이 안 샜지만 연결 부위에서 물방울이 맺히는 건 여전했다.

결국은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했던 걸까

저녁 6시쯤 되니 배가 너무 고프기도 하고 기운이 다 빠져서 일단 작업을 멈췄다. 밥을 먹으면서도 싱크대 밑에서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질까 봐 신경이 쓰여서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몰랐다. 처음에는 비용을 아끼려고 시작한 건데, 지금 상황을 보니 나중에 누수 탐지까지 불러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화장실 타일 사이 백시멘트가 깨졌을 때처럼 벽 안쪽 문제라면 일이 너무 커진다. 설비업체를 부를 거였으면 애초에 재료비랑 공구 값은 안 썼을 텐데, 괜히 멀쩡한 내 손목만 고생시킨 꼴이 됐다.

찝찝함만 남은 하루의 끝

오늘 하루를 통째로 날리고 나니 허탈하다. 수전 교체라는 게 단순히 나사를 풀고 조이는 문제가 아니라, 배관 상태나 벽 안쪽의 복합적인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걸 몸소 겪었다. 결국 주말에 다시 한번 제대로 볼지, 아니면 그냥 내일 아침에 설비 업체를 부를지 아직 결정을 못 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혼자 다 해결하기엔 배관 쪽이 너무 미심쩍다. 누수 보상 이야기도 뉴스에서 종종 들리던데, 만약 이게 배관 문제라면 더 큰 돈이 들어갈까 봐 마음이 불편하다. 일단은 대야를 하나 받쳐두고 오늘 밤은 넘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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