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마주친 싱크대 밑의 물바다
분명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아무 일 없었다. 습관처럼 설거지를 마치고 그릇을 정리했는데, 새벽에 목이 말라 부엌에 나갔다가 발끝에 닿은 서늘한 느낌에 잠이 다 깼다. 싱크대 하부장 문을 열어보니 바닥이 온통 물바다였다. 당황해서 닦아내느라 한참을 씨름했는데, 이게 단순한 누수가 아니라 배수구가 막혀서 역류한 거라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때 시계를 보니 새벽 2시가 조금 넘었을 거다. 일단 급한 대로 물기를 닦아내고 근처에 굴러다니던 낡은 수건을 다 꺼내서 문틈을 막아두긴 했는데, 막막함이 앞섰다. 아파트 싱크대 막힘이 이렇게 갑자기 찾아올 줄은 몰랐으니까.
유튜브를 보며 셀프로 뚫어보려던 시도
날이 밝자마자 배관기사님을 부를까 고민했지만, 일단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뮤니티나 영상들을 찾아보니 다들 거창한 도구를 쓰는 것 같았다. 집에 있던 과탄산소다를 들이붓고 뜨거운 물을 계속 부어봤다. 10만 원 가까이 들여서 고압세척까지는 안 가고 싶어서 나름 필사적이었다. 배수통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려보라는 댓글도 봐서 따라 해봤는데, 꽉 끼어있던 기름 덩어리들이 살짝 움직이는 듯하더니 오히려 더 꽉 막혀버렸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기름기가 많은 참치캔 기름 같은 걸 무심코 그냥 버렸던 게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이게 배관 안에서 굳어지면 나중에 정말 답이 없다는 글을 보고 나니, 내가 그동안 주방에서 뭘 했던 건가 싶어 헛웃음만 나왔다.
결국 부른 업체와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
결국 오전 11시쯤 되어서야 이천 쪽에서 활동하시는 분께 전화를 걸었다. 당장 오늘 가능한지 물었더니 오후 2시쯤 오겠다고 했다. 예상 비용은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 출장비 포함 15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라고 했다. 기사님이 도착해서 가져온 장비들을 보니 내가 혼자 낑낑거리며 했던 시도들이 얼마나 무의미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석션기라고 하던가, 그 기계를 배수구에 연결해서 한참을 빨아들이는데 안에서 올라오는 소리가 정말 소름 끼쳤다. 끈적하고 검은 기름 덩어리들이 쏟아져 나오는 걸 옆에서 보고 있자니 한숨만 나왔다. 기사님은 이런 경우가 워낙 흔하다며, 비가 많이 오거나 하면 더 심해진다고 했다. 왜 그런가 했더니 하수구 깊은 곳에서부터 문제가 생기면 집 안쪽으로 올라오는 구조라더라.
냄새와 사투를 벌이며 느낀 점
배관을 뚫고 나서도 한동안은 주방 근처에서 쾌쾌한 하수구 악취가 떠나질 않았다. 배수구 냄새가 이렇게 지독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머리가 아팠다. 락스를 뿌려보기도 하고 방향제를 여기저기 놔두기도 했는데, 결국은 시간이 좀 지나야 사라지는 것 같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배관 관리가 정말 귀찮지만 필수라는 점이다. 예전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때 그냥 하수구로 흘려보내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음식물 처리기를 하나 들여야 하나 고민 중이다. 요즘 광고하는 미생물 기반 제품들이 하수구 막힘을 덜하게 해준다는 말이 솔깃해졌다. 물론 그게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이번 같은 새벽의 악몽은 피하고 싶다.
아직 남은 찜찜함과 일상으로의 복귀
모든 작업이 끝났을 때는 이미 저녁 6시가 다 되어 있었다. 총비용은 기사님이 말한 예상 범위 내에서 끝났고, 다행히 추가적인 누수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아직도 설거지를 할 때마다 물이 잘 내려가는지 계속 확인하게 된다. 물이 빠지는 소리가 조금만 이상해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다. 환경업체 사람들이 와서 정화 활동을 하고 그런 기사를 볼 때는 남의 일처럼 느껴졌는데, 막상 내 공간의 배관이 막혀보니 이게 정말 큰 스트레스였다. 완벽하게 해결된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배관 구석에 찌꺼기가 남아있을 것 같아 찜찜함이 가시질 않는다. 오늘 저녁은 간편하게 배달 음식으로 해결했다. 싱크대를 당분간은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과탄산소다에 기름 덩어리가 움직이는 걸 보면서, 기름이 얼마나 꼼꼼하게 뭉쳐지는지 궁금해졌어요. 하수구 깊숙이 문제의 원인이 닿아있다는 점이 좀 놀랍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