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비가 새는 줄 알았다
지하 주차장 벽면에서 물기가 조금씩 배어 나오길래 단순히 윗집 결로인가 싶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이게 며칠 지나니까 냄새가 나기 시작하더라. 평범한 습기 냄새가 아니라 정말 코를 찌르는, 뭐랄까 오래된 정화조 냄새 같은 게 섞여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주차장 맨홀 쪽을 확인해보니 물이 고여서 빠지질 않고 그대로 정체되어 있었다. 안산 쪽에 있는 지인한테 물어보니 대뜸 오수관이 막힌 것 같다고 하더라. 관리 사무실에 연락해서 확인을 요청했는데, 우리 쪽 구역 문제인지 공용관 문제인지 확실하지 않다는 애매한 대답만 돌아왔다. 결국 속이 타는 건 나였다.
고압세척기 소리가 그렇게 클 줄은 몰랐다
결국 폐수처리업체까지 부르는 상황이 되었다. 업체 몇 군데를 알아봤는데 비용이 생각보다 들쑥날쑥했다. 대략 50만 원에서 100만 원 사이를 오가는데, 정확한 견적은 현장을 봐야 안다는 답변뿐이었다. 아침 일찍 작업을 시작했는데, 고압세척기 소음이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기계가 굉음을 내며 배관 안으로 들어가는데, 건물 전체가 울리는 느낌이었다. 작업자분 말씀이 오수관 내부에 쌓인 슬러지가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있어서 일반적인 소통 작업으로는 어림도 없었을 거란다. 준설 공사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꽤 큰 작업이 되어버렸다.
작업 도중 발견된 예상치 못한 변수
배관을 뚫는 과정에서 문제가 하나 터졌다. 고압 세척으로 압력을 가하니까 배관 어딘가에서 누수가 발생한 것이다. 분명히 막힌 곳을 뚫으려고 부른 건데, 뚫고 나니 물이 새는 상황이라니. 이게 배관이 노후화되어서 고압을 견디지 못하고 터진 건지, 아니면 이전에 작업했던 곳에서 뭔가 잘못 건드린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안산누수탐지 업체까지 추가로 섭외해야 했다. 배관 하나 뚫으려다가 일이 커져서 그날 오후 내내 주차장을 비워야 했다. 관리비 문제로 입주민들끼리 말이 좀 나왔는데, 이게 내 책임도 아니고 공용 시설물 문제라 참 애매하다.
처리가 끝난 뒤에도 남은 찝찝함
작업을 마치고 나서 맨홀 청소까지 싹 다 끝냈다. 이제 냄새는 안 나는데, 마음 한구석이 여전히 편치 않다. 이번에 나온 폐기물, 즉 오니 처리를 어떻게 하느냐를 두고도 말이 많았다. 지정폐기물이라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고 해서 그것까지 업체에 비용을 지불하고 맡겼다. 세척을 하고 나니 물은 잘 내려가는데, 왠지 몇 달 지나면 또 같은 문제가 생길 것만 같다. 배관 상태를 보니 군데군데 균열이 보였는데, 이걸 지금 다 갈아엎기에는 비용이 너무 크다. 일단은 이렇게 쓰고 있는데,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지하 주차장에 내려가서 맨홀 뚜껑부터 확인하게 된다. 사람 습관이 참 무섭다.
결국은 비용과 책임의 문제
작업이 끝나고 나서 받은 영수증을 보니 머리가 좀 아프다. 배관 세척만 생각했지, 누수 탐지와 폐기물 처리 비용까지 합치니 처음 생각했던 예산을 한참 초과했다. 요즘은 하수구 관리해주는 브랜드 업체들도 많던데, 다음부터는 정기적으로 관리를 받는 게 나은지 고민이 된다. 막히고 나서 해결하려면 급한 마음에 부르는 게 다라 선택의 폭이 좁다. 지금 당장은 해결됐지만, 이게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아파트나 상가 관리하시는 분들은 미리미리 체크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막히고 나서 고생하는 것보다 훨씬 낫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