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오면 시작되는 나만의 불필요한 숙제
날씨 앱에서 강수 확률이 조금이라도 높아지면 왠지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진다. 우리 집 바로 앞에 있는 작은 빗물받이 때문이다. 처음 이 집에 이사 왔을 때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도시 기반 시설의 일부려니 했으니까. 그런데 막상 여름 장마철이 오니 상황이 좀 달랐다. 어느 날 폭우가 쏟아지는데 집 앞 도로에 물이 빠지지 않고 차오르는 걸 보고 말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빗물받이 위에 누군가 덮어놓은 비닐 장판과, 그 사이로 들어간 온갖 담배꽁초와 낙엽들이 범인이었다. 이걸 치우는 게 내 일이 될 줄은 몰랐다.
다이소에서 산 갈고리 하나로 버티는 중
처음에는 도구를 뭘 써야 할지 몰라 대충 나무젓가락으로 쑤셔보다가 결국 포기했다. 그다음에는 근처 철물점에서 파는 긴 쇠갈고리를 사봤는데, 가격이 한 7천 원 정도 했던가. 생각보다 튼튼해서 쓸만했다. 다만 문제는 그 냄새였다. 빗물받이 속에서 건져 올린 정체 모를 찌꺼기들은 썩은 물기 때문에 냄새가 정말 고약하다. 비가 오기 직전, 땀을 뻘뻘 흘리며 낙엽거름망 대신 낀 쓰레기들을 건져 올릴 때마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싶다가도, 물이 시원하게 빠지는 소리를 들으면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인다. 준설업체를 부를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냥 두기엔 동네 미관상 너무 지저분해 보인다.
가끔은 휀스망까지 뜯어내고 싶다
가장 짜증 나는 순간은 빗물받이 위에 누군가 임의로 휀스망을 설치해뒀을 때다. 구청에서 설치한 게 아니라 상가 사람들이 물건을 올려놓지 못하게 덮어둔 것 같은데, 그 틈으로 쓰레기가 걸리면 손을 넣을 수도 없다. 얼마 전에는 장비를 가져와서 그 휀스망을 억지로 살짝 벌려놓고 안쪽을 긁어냈다. 이게 공공시설을 관리하는 일인지, 아니면 그냥 내 집 앞 청소인지 구분이 안 가는 지점이다. 사실 안전신문고 앱을 쓰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막상 사진 찍고 위치 지정하는 게 더 번거롭게 느껴져서 그냥 내가 직접 해결하게 된다. 이게 현명한 건지 모르겠다.
배수구 교체 비용과 현실적인 고민
얼마 전에는 집 안 싱크대 배수구도 한 번 갈아엎었다. 싱크대 배수구 교체 비용을 알아보다가 사람을 부르면 출장비까지 대략 8만 원에서 12만 원 정도 부르길래, 결국 셀프 교체 키트를 사서 직접 했다. 부품값은 2만 원도 안 들었는데, 교체하다가 기존 배관의 찌든 때를 보고 한동안 밥맛이 없었다. 하수구는 왜 항상 냄새가 나고, 닦아도 닦아도 끝이 없는지 모르겠다. 우리 집 배관 상태도 이런데, 도로변의 우수토실 같은 곳들은 정말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 걸까 의문이 든다. 요즘 같은 날씨에 이런 생각을 하면 더 찝찝하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찝찝함
얼마 전에는 구청에서 나와서 큰 준설차량이 도로변 하수구를 훑고 지나가는 걸 봤다. 저 큰 기계가 있으면 참 편하겠다 싶으면서도, 정작 우리 집 앞 빗물받이까지는 신경을 써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조금 씁쓸했다. 누군가는 내 노력을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비가 덜 오길 바라는 마음과 물이 넘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 사이에서 항상 줄타기를 하는 기분이다. 다음에 큰 비가 오면 또 장갑을 끼고 밖으로 나갈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딱히 물어볼 사람도 없고 그냥 이번 장마도 무사히 넘어갔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