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세면대 물을 틀어놓고 양치를 하다가 깜짝 놀랐다. 분명 물을 내려보냈는데 세면대 바닥에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처음엔 그냥 머리카락 몇 가닥이 걸렸겠거니 싶어서 다이소에서 천 원 주고 산 긴 막대기형 청소 도구를 쑤셔 넣었다. 쓱싹쓱싹, 뭔가가 걸리는 느낌은 났는데 정작 물은 여전히 느릿느릿 빠졌다. 이게 한 번 시작되니까 며칠 내내 스트레스였다. 물이 콸콸 내려가야 속이 시원한데, 쫄쫄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아침마다 마음이 급해졌다.
과탄산소다와 뜨거운 물의 배신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살림 고수들의 비법을 찾아봤다. 다들 과탄산소다랑 뜨거운 물을 부으라고 난리였다. 마침 집에 있던 과탄산소다를 한 컵 가득 붓고 펄펄 끓는 물을 부었다.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면서 뭔가 다 해결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게 문제였다. 화장실 배관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모양이다. 뜨거운 물을 붓고 나니 배관 틈새에서 이상한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배관이 완전히 뚫린 게 아니라 중간에 낀 찌꺼기들이 뜨거운 물에 불어서 더 꽉 막혀버린 것 같았다. 엉뚱한 짓을 해서 사태를 키운 건 아닌가 싶어 덜컥 겁이 났다.
배관 설비 업체를 부르기로 결심하다
더 이상 혼자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친구가 예전에 아랫집 누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기억이 나서, 그 친구가 이용했다는 설비업체에 연락했다. 전화를 받으신 사장님은 통화만으로도 이미 상황을 파악하신 듯했다. 오후 3시쯤 오겠다고 하셨는데, 2시 40분쯤 도착하셔서 바로 화장실로 들어가셨다. 비용은 기본 출장비 포함해서 8만 원 정도를 말씀하셨는데, 막상 뜯어보니 안쪽 상태가 너무 심각해서 추가 작업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하셨다.
뜯어보니 엉망이었던 배관 내부
배관 덮개를 열어보니 정말 가관이었다. 그동안 샴푸 찌꺼기랑 머리카락, 그리고 어디서 들어갔는지 모를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까지 엉켜서 단단한 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이걸 직접 해결하려고 쑤셔댔으니 당연히 막힐 수밖에 없었던 거다. 사장님이 전문 장비로 석션 같은 걸 하니까 퍽 소리가 나면서 검은 덩어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광경을 보고 있으니 허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다만, 아랫집 누수나 심각한 배관 파손이 아니라는 말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배수 설비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된 시간
작업은 약 1시간 정도 걸렸다. 8만 원에 시작한 일이 결국 장비 추가 사용료가 붙어 12만 원이 되었다. 돈이 조금 아깝긴 했지만, 아침마다 세면대 앞에서 끙끙거렸던 시간을 생각하면 차라리 일찍 부를 걸 그랬다 싶기도 하다. 문득 뉴스를 보다가 미 해군 함정의 배관 청소에 수억 원이 든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났다. 규모는 다르지만 배관이 막혔을 때의 그 답답함과 처리 과정의 번거로움은 크게 다르지 않구나 싶었다. 결국 배관 관리는 돈과 시간이 들어가는 일이다.
아직도 남은 찝찝함과 향후 과제
수리가 끝났음에도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다. 배관이 한 번 막히고 나니 다음에 또 그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든다. 요즘 아파트들은 중수도 설비도 잘 되어 있다고 하던데, 우리 집처럼 오래된 빌라는 그저 주기적으로 청소하는 게 답인 것 같다. 다이소 청소 도구가 만능은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괜히 과탄산소다를 부으며 시간을 낭비하기보다 바로 전문가를 부르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 오늘도 세면대 물 내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이게 언제까지 콸콸 잘 내려갈지 지켜보고 있다. 왠지 또 막힐 것 같은 불안함은 여전하다.

정말 답답하셨겠어요. 찌꺼기 때문에 더 심해진 상황이 이해가 되네요.
과탄산소다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데, 뜨거운 물을 더 부으면 오히려 더 심해지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꼼꼼하게 진단받고 해결하는 게 더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