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찾아오는 불청객
이사 온 지 6개월이 지났다. 처음 이 집을 계약할 때는 관리비 포함 65만 원이라는 월세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대학가 근처라 시끄러울 건 예상했지만, 화장실을 통해 넘어오는 담배 냄새는 예상 밖이었다. 새벽 2시쯤 되면 어김없이 화장실 환풍기를 타고 퀴퀴한 담배 연기가 방 안으로 들어온다. 처음에는 내 방에서 환기가 안 되나 싶어 창문을 열어봤는데, 알고 보니 윗집인지 아랫집인지 누군가 화장실에서 피우는 담배 연기가 공조 설비를 타고 고스란히 넘어오는 것이었다. 관리인에게 말해도 ‘누가 피우는지 알 수 없다’는 뻔한 답변뿐이고, 나보고 환풍구에 댐퍼를 설치하라는 조언만 돌아왔다. 직접 해보려니 15만 원 정도 비용이 든다는데, 이게 해결책이 될지 의문이라 망설여진다.
다이소 제품부터 비싼 탈취제까지
지긋지긋한 냄새를 없애보겠다고 이것저것 사 모은 것만 벌써 열 개는 넘는다. 처음엔 다이소에서 파는 저렴한 탈취제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이건 냄새를 제거하는 게 아니라 그냥 꽃향기와 담배 냄새가 뒤섞여서 머리만 더 아프게 만들 뿐이었다. 그다음에는 인터넷에서 꽤 유명하다는 필로우 미스트도 사봤는데, 침구에 뿌려두면 잠시 동안은 괜찮지만 근본적인 화장실 냄새는 막지 못했다. 사무실에서 쓴다는 강력한 탈취제도 사서 화장실 타일에 뿌려봤지만, 그건 그냥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고 다음 날 밤이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결국 냄새를 덮으려는 노력은 무의미하다는 걸 깨닫고 나니 허탈해졌다.
배수구에서 올라오는 쿰쿰한 정체
담배 냄새만 문제인 줄 알았는데, 요즘은 화장실 배수구에서 올라오는 곰팡이 냄새 같은 것까지 겹쳐서 난리다. 예전에 뉴스에서 반지하 주거 환경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내가 사는 원룸이 반지하는 아니지만 비슷하게 관리가 안 된 건물의 특징을 다 가지고 있는 것 같다. 50년이 넘었다는 어느 노후 건물의 악취 이야기와 내가 겪는 상황이 묘하게 겹쳐 보일 때가 있다. 물론 내 집은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환풍구와 배수구라는 연결 통로를 통해 외부의 오염된 공기가 끊임없이 유입되는 것 자체가 사람을 예민하게 만든다. 어제는 자기 전에 화장실 배수구에 뜨거운 물을 붓고 베이킹소다를 한 팩 다 쏟아부었다. 효과가 있냐고 물으면, 글쎄, 아주 잠깐은 괜찮은 것 같은데 기분 탓인지도 모르겠다.
닫히지 않는 문과 좁은 공간의 한계
원룸이라는 구조 자체가 문제인 것 같다. 화장실과 침대가 불과 2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으니, 화장실 문을 꽉 닫아둬도 환풍구가 돌기 시작하면 압력 차 때문인지 미세하게 바람이 새어 나온다. 이 작은 공간 안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일까지 해야 하는데, 쉴 곳이 오염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스트레스가 배가 된다. 누군가는 이사 가면 된다고 쉽게 말하지만, 서울에서 보증금을 빼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요즘은 밤에 화장실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차라리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 어제는 너무 답답해서 편의점에 가서 캔커피 하나를 사서 30분을 걷다 왔다. 그 잠깐의 외출이 내게는 이 집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해결되지 않는 질문들
결국 이 문제는 내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다. 집주인은 무심하고, 아랫집이나 윗집 사람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서로의 배설물 같은 냄새를 공유하며 살고 있다. 오늘도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일단 화장실 문부터 확인하겠지. 혹시 또 누가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지는 않았을지, 배수구에서는 무슨 냄새가 올라올지 걱정하는 것 자체가 내 일상의 큰 부분을 차지해버렸다. 이 냄새가 언젠가는 사라질까. 아니면 내가 이 공간에 완전히 적응해버리거나, 더 넓은 집으로 돈을 벌어 나가는 날까지 계속될까. 지금으로서는 무엇을 어떻게 더 시도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힌다. 그냥 오늘 밤은 환풍기 위에 두꺼운 종이라도 테이프로 붙여놓고 자볼 생각이다. 그게 댐퍼보다 훨씬 촌스럽지만, 일단 당장의 공기라도 막아보고 싶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