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먹다 남은 맥주 있으면 그냥 아깝다고 싱크대에 부어버렸거든요. 뭐, 시원하게 헹궈지겠지 싶어서. 근데 이게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글을 봤어요. 뭔가 배관에 안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뒤로는 찝찝해서 그냥 남은 맥주를 어떻게든 다 마시려고 노력하거나, 정말 애매하게 남으면 그냥 버리고는 했는데, 얼마 전에 어떤 글에서 남은 맥주를 활용하는 방법을 봤어요. 바로 싱크대 배수구나 하수구 냄새를 잡는 데 쓴다는 거였죠.
맥주로 냄새를 잡는다고?
처음에는 좀 의아했어요. 맥주로 냄새를 잡는다니. 술인데? 근데 거기에 쓰인 설명을 보면, 맥주를 부으면 일단 시원하게 내려가는 느낌이 들고, 약간의 탄산 같은 거품이 배관에 쌓인 기름때를 좀 걷어내는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김 빠진 맥주 특유의 냄새가 오히려 역한 냄새를 덮어버리는 효과도 있고. 심지어 생선 요리하고 나서 비린내 나는 조리도구 헹굴 때도 맥주를 쓰면 좋다고 되어 있더라고요. 남은 맥주를 하수구에 버리지 말라는 이유가, 그것도 일종의 오염원이 될 수 있다는 거였는데, 그걸 냄새 제거에 쓴다니 뭔가 아이러니했죠.
직접 해봤는데… 냄새가 심해진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얼마 전에 정말 애매하게 반 컵 정도 남은 맥주가 있었어요. 평소 같으면 그냥 찔끔 흘려버렸을 텐데, 그 글이 생각나서 한번 해봤죠. 부었더니 김 빠진 맥주 특유의 빵 같은 냄새가 확 나더라고요. 오, 뭔가 좀 씻겨 내려가는 느낌? 싶었는데, 5분 뒤에 싱크대 쪽으로 다시 갔는데… 왠지 모르게 퀴퀴한 냄새가 더 나는 것 같은 거예요. 이게 맥주 냄새랑 섞여서 더 이상하게 나는 건지, 아니면 진짜 배관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더 심해진 건지 분간이 안 가는 거예요. 아니면 그 순간에만 그렇게 느낀 건지도 모르겠고.
그게 아니라 트랩을 설치해야 한다고?
그 뒤로도 몇 번 더 해봤는데, 그때마다 느낌이 좀 달랐어요. 어떤 날은 그냥 별 느낌 없고, 어떤 날은 오, 좀 나아진 것 같기도 하고. 근데 또 어떤 날은 왠지 냄새가 더 나는 것 같고. 그래서 ‘이거 효과 있는 거 맞나?’ 싶어서 다시 검색을 좀 해봤거든요. 그랬더니 맥주로 냄새 잡는 건 임시방편이거나, 사실 별 효과 없다는 이야기도 있고, 애초에 하수구 냄새의 근본 원인은 배수관에서 올라오는 가스 때문이라서, 그걸 막아주는 ‘하수구 전용 냄새 차단 트랩’을 설치하는 게 훨씬 낫다고 하더라고요. 이거 다이소 같은 데서 5천 원에서 1만 5천 원 정도면 산다고 되어 있었어요. 이걸 설치하면 물이 내려갈 때만 열리고, 평소에는 닫혀서 냄새가 올라오는 걸 원천봉쇄해 준다고.
그래서 결국 트랩을 샀습니다
결국 저는 맥주 신공(?)을 포기하고 냄새 차단 트랩을 하나 샀어요. 싱크대 배수구에 있는 기존 부품을 빼고 이걸 끼우면 되는데, 처음에는 이게 제대로 맞는 건가 싶어서 좀 낑낑거렸어요. 제 싱크대 배수구가 좀 오래된 모델이라 그런지,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아니어서 조금 불안했죠. 그래도 억지로 꾹꾹 눌러서 끼워 넣었는데, 생각보다 냄새는 잘 막아주는 것 같더라고요. 물론, 물을 막 콸콸 틀면 그때는 순간적으로 뽁뽁 소리가 나면서 물이 좀 천천히 내려가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봐요. 공동주택은 다 같이 배관을 쓰니까 어쩔 수 없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예전처럼 윗집에서 물 틀면 제 싱크대에서 물이 울컥거리는 정도는 좀 덜해진 것 같기도 하고요. 맥주보다는 이게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괜히 남은 맥주 버리면서 냄새까지 더 나게 만들었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다음부터는 남은 맥주는 그냥 마시는 걸로.

싱크대 배수구 냄새 때문에 고민이 많으셨군요. 제가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좀 더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드릴게요.
배관에 기름때를 걷어내는 효과라니, 정말 신기하네요. 저도 싱크대 청소할 때 이런 팁 하나쯤은 기억해둬야겠어요.
싱크대 냄새 때문에 고민이 많았네요. 트랩 설치하고 나니 확실히 차이가 느껴지시나 봐요!
싱크대 배수구에 껴서 억지로 끼우는 모습이 좀 그랬던 것 같아요. 오래된 배수구 때문에 딱 맞지 않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