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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다 뜯어내지 않고 난방 배관을 바꾼다는 게 말이 되나 싶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분배기만 갈면 되는 줄 알았다

올겨울 유난히 난방이 안 돌아서 고생을 좀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거실 바닥이 썰렁한 게 영락없이 십 년 넘은 아파트의 비애랄까. 처음에 관리사무소에 물어보니 지역난방 구동기 문제일 수 있다고 해서 20만 원 조금 넘는 비용으로 그걸 먼저 교체해 봤다. 그런데도 별 차이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분배기 자체도 문제였지만, 정작 속 썩이는 건 바닥에 깔린 노후된 엑셀 배관이었다. 설비 업체 사장님을 불렀는데 그분이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이거 다 뜯어내고 새로 깔려면 이사 가야 한다’는 거였다.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살림 다 들어찬 집에서 바닥을 다 파내고 며칠씩 공사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선택지였으니까.

소문으로만 듣던 홈파기 공법을 고민하게 된 이유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홈파기 난방이라는 걸 봤다. 기존 콘크리트를 다 까내는 게 아니라, 딱 배관이 지나갈 자리만 좁게 파내고 그 안에 배관을 집어넣는 방식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바닥을 그렇게 파내면 나중에 꿀렁거리지 않을까, 혹은 방음은 어쩌나 걱정이 태산이었다. 비용은 전체 철거 방식이 보통 700에서 900 정도 부르던데, 홈파기는 그것보다는 조금 저렴하면서도 당일 혹은 며칠 내로 끝난다는 점이 제일 끌렸다. 사실 돈도 돈이지만 일상생활이 아예 멈추는 게 너무 싫어서 섣불리 결정을 못 하고 일주일 정도 고민만 했던 것 같다.

먼지와의 전쟁, 그리고 예상보다 조용했던 작업 현장

결국 업체를 불러 진행했는데, 시작하자마자 거실 가득 뽀얀 먼지가 날리는 걸 보고 ‘아, 내가 큰일을 벌였구나’ 싶었다. 물론 비닐 보양을 꼼꼼히 해주시긴 했지만, 미세한 가루들은 어쩔 수 없더라. 그래도 다행이었던 건 공사 소음이 생각보다 덜했다는 점이다. 커다란 브레이커로 바닥을 다 부수는 게 아니라 정밀하게 홈을 파내는 기계를 써서 그런지 귀가 먹먹할 정도의 소음은 아니었다. 작업하시는 분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배관을 배치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는데, 이게 정말 수십 년 된 배관을 걷어내고 새 스텐 배관으로 바뀌는 과정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신기하고 또 한편으로는 어색했다.

짐을 다 옮기지 않아도 된다는 건 정말 큰 위안이었다

다른 방식이었으면 이삿짐센터 불러서 짐 빼고 보관 이사까지 했어야 했을 텐데, 방 하나씩 비워가며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물론 냉장고나 큰 가구 밑을 옮길 때는 진땀이 났지만, 그래도 집을 다 비우지 않아도 된다는 게 얼마나 큰 위안인지 모른다. 다만, 작업 중간중간에 생각지도 못한 변수들이 생겼다. 바닥 높이가 조금씩 달라서 수평을 맞추는 데 시간이 더 걸리기도 했고, 분배기 연결 부위에서 미세하게 누수 기미가 보여서 한참을 다시 손봐야 했다. 전문가들이야 익숙하겠지만, 집주인 입장에서는 그런 작은 변수 하나하나가 다 가슴 철렁한 순간들이었다.

공사가 다 끝났는데도 여전히 찜찜함이 남는 이유

공사는 무사히 끝났고 이제 바닥은 평평하게 잘 메워져 있다. 난방도 이전보다는 확실히 잘 돈다. 예전에는 한 시간 틀어도 미적지근하던 방이 이제는 금방 훈훈해진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다. 이게 정말 제대로 된 시공이었는지, 아니면 나중에 또 어디선가 물이 새는 건 아닌지 하는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 않는다. 전체 철거를 했다면 ‘완벽하다’는 안도감이라도 있었을까? 사실 잘 모르겠다. 지금은 그저 며칠간의 소란이 끝났다는 것과 이제는 발 시리지 않게 겨울을 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로 만족하려 한다. 다음에 또 이런 공사를 할 일이 생길까, 아니면 그냥 이게 마지막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오늘도 보일러 다이얼을 한 칸 더 돌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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