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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날 맨홀 앞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며칠 전부터 사무실 근처 하수구에서 꾸르륵거리는 소리가 심상치 않더니, 결국 어제 폭우가 쏟아지자마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보통 비가 좀 오면 그러려니 하는데, 이번에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강서구 쪽 하수구 업체 몇 군데에 전화를 돌렸다. 다들 바쁜지 선뜻 시간을 내주는 곳이 없어서 겨우 잡은 곳이 고압살수기랑 배관청소장비를 제대로 갖췄다는 작은 설비업체였다.

진흙탕이 되어버린 주차장 입구

문제는 주차장 바로 앞에 있는 오수맨홀이었다. 평소에 덮개 위로 흙이 좀 쌓여있나 싶었는데, 이게 비를 맞으니 토사처럼 굳어서 물길을 꽉 막고 있었다. 작업하시는 분들이 도착해서 보니 침전조라고 해야 하나, 그쪽 상태가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안에 쌓인 퇴적물 걷어내는 데만 한 시간 넘게 걸렸다. 옆에서 지켜보는데 습한 날씨에 냄새까지 올라오니 정신이 혼미해졌다. 밖에서 볼 때는 그냥 슥 걷어내면 끝날 줄 알았는데, 막상 뚜껑 열어보니 빗물펌프장 근처에서나 볼 법한 찌꺼기들이 가득했다.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의 늪

처음에 전화로 대략적인 가격을 물어봤을 때는 20만 원에서 30만 원 사이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와서 현장을 보더니 이게 단순 막힘이 아니라 준설까지 가야 한다며 가격이 훌쩍 뛰었다. 기계가 들어가고 흙을 퍼내는 장비가 추가되니 50만 원이 넘어가더라. 당장 물이 차올라 차가 못 들어가는 상황이라 싫다는 소리도 못 하고 그냥 하라고 했다. 돈 나가는 것도 아까운데, 작업하시는 분들이 땀을 비 오듯 흘리며 고생하는 걸 보니 미안한 마음까지 들어서 시원한 음료수만 몇 번을 사다 날랐는지 모르겠다.

반복되는 하수관 문제의 답답함

작업이 끝나고 나니 속은 시원한데, 한편으로는 찜찜함이 남았다. 작년에도 이맘때쯤 비슷한 문제를 겪었는데 결국 근본적인 구조 개선 없이는 내년 장마철에도 똑같은 일을 겪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우수로 정비도 중요하지만, 우리 같은 건물주들은 이게 관로공사처럼 큰 공사까지 갈 일인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너무 어렵다. 그냥 1년에 한 번씩 앓는 병처럼 넘겨야 하는 건지, 아니면 아예 근본적으로 손을 봐야 하는 건지 누구 하나 명확하게 답을 주는 사람이 없으니 더 답답하다.

빗물받이와 우리들의 무관심

작업하시는 분이 가시면서 빗물받이 주변에 담배꽁초랑 쓰레기 좀 치우라고 한마디 하시는데, 사실 할 말이 없었다. 나부터도 지나가다 보면 빗물받이 구멍을 무심코 지나쳤지, 그게 막히면 나중에 내 주차장으로 물이 차오른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준설 작업이라는 게 거창한 구청 사업인 줄만 알았지, 내 집 앞 배수로를 관리하는 게 이렇게 내 현실적인 문제일 줄은 몰랐던 거다. 이번에는 다행히 해결했지만, 다음번에는 또 어떤 식으로 골치를 썩일지 벌써 걱정이다. 그냥 비가 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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