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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맨홀 뚜껑을 열어보고 후회했다

열지 말았어야 했다

며칠 전부터 용인 쪽 우리 집 화장실에서 물 내려가는 소리가 영 시원찮았다. 꿀렁거리는 소리가 거슬리더니 결국 주방 배수구까지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이물질 막힘인 줄 알았다. 그래서 마트에서 파는 뚫는 약도 사다 부어보고, 다이소에서 산 긴 스프링 도구도 넣어봤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마당 한구석에 있는 맨홀 뚜껑을 열어봤는데, 그 안을 보는 순간 바로 후회했다. 검은 진흙 같은 게 가득 차서 이미 배관 입구까지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 부르기 전에 했던 고민들

이게 단순히 뚫는 걸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주변에 물어보니 건설오니나 기름 덩어리가 쌓이면 일반적인 장비로는 택도 없다고 했다. 하수구 고압세척 비용이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상황이 복잡하면 백만 단위로 넘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장 큰돈을 쓰기 싫어서 며칠을 더 버텼다. 락스도 들이붓고 끓는 물도 계속 내려봤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배관 틈새로 오물이 조금씩 새어 나오는 것 같아 더 불안해지기만 했다. 그냥 처음부터 전문가를 부를 걸 그랬나 싶었다.

물탱크차까지 등장할 줄은 몰랐다

결국 용인 쪽에서 변기 막힘이나 배관 공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을 불렀다. 오신 기사님이 맨홀을 보더니 혀를 차셨다. 단순 막힘이 아니라 배관 자체가 오래되어서 중간에 기름 슬러지가 딱딱하게 굳어있단다. 작업은 생각보다 거창했다. 고압 세척기뿐만 아니라 배관 내부를 확인하는 내시경 장비까지 꺼내셨는데, 모니터에 보이는 내 집 배관 속은 정말 가관이었다. 8인 가구가 살다 보니 정화조와 연결된 구간에 무언가 많이 쌓인 모양이다. 어떤 곳은 물탱크차를 불러서 강제로 퍼내야 할 수도 있다고 하셨는데, 다행히 그 단계까지는 가지 않았다.

예상보다 훌쩍 넘긴 수리 비용

중간에 작업하시던 기사님이 맨홀을 아예 새로 설치하거나 배관을 교체해야 할 수도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냥 스프링 청소 정도로 끝날 줄 알았던 마음이 무너졌다. 결국 땅을 조금 파내고 배관을 새로 연결하는 공사까지 포함해서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수백만 원 단위라는 말을 처음엔 농담처럼 들었는데, 막상 결제할 때가 되니 속이 쓰렸다. 이게 과연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작업을 마친 뒤에는 물이 잘 내려갔지만, 나중에 또 같은 문제가 생기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아직도 찜찜한 뒷맛

공사는 끝났지만, 여전히 화장실에 갈 때마다 배관 소리에 예민해진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물을 쓰고 변기를 내렸는데, 이제는 무언가 닿는 소리만 들려도 긴장하게 된다. 분명 돈을 들여서 싹 고쳤는데 왜 마음은 편하지 않은 걸까. 배관 청소라는 게 참 허무하다. 겉으로는 티도 안 나는 땅속 문제인데, 한 번 터지면 이렇게까지 사람을 고생시키나 싶다. 동네 근처에 있는 상습 침수 구역 빗물받이 정비 소식을 뉴스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 사람들도 나처럼 맨홀을 보며 한숨 쉬고 있을까. 기분 탓인지 아직도 아주 미세하게 냄새가 올라오는 것 같기도 하고, 도무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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