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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갑자기 욕실 배수구에서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새벽 두 시에 시작된 욕실의 역류

한참 자다가 쿵 소리에 깼는데, 욕실 쪽에서 뭔가 철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거다. 비몽사몽간에 문을 열어보니 샤워기 아래 배수구에서 물이 느릿하게, 그렇지만 확실하게 거실 쪽으로 번지고 있었다. 평소에 대림통상 제품이라고 적힌 소형 배수 트랩을 쓰고 있었는데, 이게 갑자기 왜 이러나 싶어서 멍하니 서 있었다. 처음엔 그냥 머리카락 때문인가 해서 뚫어뻥을 가져다가 미친 듯이 펌프질을 했다. 밤이라 층간소음 걱정 때문에 발뒤꿈치를 들고 조심스럽게 움직였는데, 사실 그때 내가 제일 걱정한 건 아랫집이었다. 예전에 아랫집에서 밤 10시부터는 물 좀 쓰지 말라고 쪽지를 붙여놓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생각이 나니까 더 당황해서 손만 떨렸다.

다이소 도구로는 해결되지 않던 문제

새벽 세 시가 넘어갈 때쯤, 나는 이미 욕실 바닥에 앉아 있었다. 배관 내시경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사치였고, 그냥 집에 있는 기다란 철사 옷걸이로 쑤셔보았다. 뭔가 딱딱한 게 걸리는 느낌은 나는데, 그게 배관 안쪽에서 꽉 끼어버린 건지 더 이상 들어가지도 나오지도 않는 상황이 됐다. 유튜브에서 본 것처럼 뜨거운 물에 베이킹소다를 섞어서 부어봤지만, 이미 역류한 물 때문에 소용이 없었다. 물은 계속해서 찰랑거리고 내 마음도 같이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비용을 좀 아껴보겠다고 셀프로 해결하려던 게 오히려 일을 더 키우고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불렀던 출장 기사님과의 짧은 대화

아침 여덟 시가 되자마자 지쳐서 인터넷으로 하수구 뚫는 곳을 검색했다. 변기 설치 비용이나 교체 비용 같은 것들이 줄줄이 뜨는데, 나는 그냥 당장 와줄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한 업체에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하니, 배관 청소까지 포함해서 대략 15만 원 정도 부르더라. 예상했던 것보다 적게는 5만 원, 많게는 10만 원 정도 차이가 났지만,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한 시간쯤 지나서 오신 기사님은 욕실 배수구 상태를 보더니 한숨부터 쉬셨다. ‘이거 진작에 석회랑 머리카락 엉겨서 굳은 거예요’라며 전동 스프링을 넣고 돌리는데, 20분 만에 꽉 막혔던 게 뚫렸다. 내가 새벽에 3시간 동안 쌩쇼를 했던 게 허무해지는 순간이었다.

구조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내 관리 소홀인지

기사님이 가시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사는 빌라가 지어진 지 꽤 오래된 곳이라 배관 자체가 좁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차피 이건 내가 조심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욕실 공사라도 전체적으로 다시 해야 하나 싶어 견적을 알아봤는데, 그 비용이 한 달 치 월세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배수관 역류를 한 번 겪고 나니 이제는 밤에 물 내려가는 소리만 들어도 괜히 불안하다. 얼마 전에 삼성이나 LG에서 나오는 스마트 모듈러 주택 광고를 봤는데, 그런 집은 배관 설비가 정말 잘 되어 있을까 하는 부질없는 상상을 해봤다. 돈을 들여서 깔끔하게 고쳐놓으면 속은 시원하겠지만, 막상 또 그런 큰돈을 들이기엔 망설여지는 게 현실이다.

해결되었다는 안도감과 남겨진 찝찝함

지금은 물이 아주 시원하게 잘 내려간다. 그런데 가끔 배수구 틈새를 보면 왠지 모르게 불안한 마음이 든다. 기사님은 1년에 한 번 정도는 배관 청소를 미리 받는 게 좋다고 했지만, 15만 원이라는 금액이 나에게는 생각보다 꽤 크게 다가온다. 보훈원이나 복지타운처럼 시설 개선이 지원되는 곳이면 모를까, 내 돈을 들여서 배관을 주기적으로 관리한다는 게 참 어렵게 느껴진다. 오늘도 아랫집에서 물 소리가 나면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 정말로 다 해결된 걸까, 아니면 언젠가 다시 새벽에 물이 차오르는 날이 올까.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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