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저녁, 설거지를 다 끝내고 식탁에 앉아 쉬고 있는데 주방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꾸르륵거리는 소리라고 해야 하나, 마치 배가 고픈 사람이 내는 그런 소리 같기도 하고 아무튼 낯설고 기분 나쁜 소리였다. 처음에는 그냥 건물 노후화 때문인가 싶어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다음 날 아침 설거지를 하려고 보니 싱크대 아래 배관에서 물이 조금씩 배어 나오고 있었다.
집주인과 연락하며 느낀 미묘한 감정
결국 업체를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주인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솔직히 조금 망설여졌다. 예전에 뉴스에서 본 것처럼 세입자한테 수리비를 다 떠넘기는 경우를 많이 봐서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됐다. 전화를 걸어 ‘싱크대 배관이 막힌 것 같다’고 하니 대뜸 ‘평소에 뭘 버린 거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기름진 음식을 자주 해 먹는 편도 아닌데 말이다. 결국 업체 비용이 대략 15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 나올 것 같다고 하니 그제야 알겠다고 하더라. 수리비는 집주인이 내기로 했지만, 대화 내내 내가 마치 잘못해서 배관을 막은 사람처럼 취급받는 기분이 들어서 찜찜함이 가시지 않았다.
배관설비업체가 와서 작업하는 과정
오후 2시쯤 업체분이 도착했다. 젊은 분이었는데, 들어오자마자 장비부터 꺼내시더니 능숙하게 아래쪽을 열어보셨다. ‘이건 단순 막힘이 아니라 배관이 좀 오래돼서 침전물이 많이 쌓였네요’라고 하셨다. 석션기라고 부르는 장비로 막힌 곳을 뚫기 시작했는데,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생각보다 엄청나게 컸다. 옆에서 지켜보는 동안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었다. 내가 조금 더 조심했어야 했나 싶은 마음도 들고, 반대로 집이 너무 오래돼서 그런 건데 내 탓인가 싶기도 하고 생각이 복잡했다. 화장실 배수구 청소할 때도 종종 느끼는 거지만, 물길이 막히면 정말 답이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정화조 배관과 냄새에 대한 고민
작업 중간에 살짝 하수구 냄새가 올라왔는데, 그 냄새가 정말이지 참기 힘들 정도로 독했다. 작업하시는 분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오래된 빌라는 다 이렇죠’라고 하시는데, 문득 예전에 뇌경색이나 황화수소 관련 기사들을 봤던 기억이 났다. 하수구나 정화조 배관에서 나오는 가스가 몸에 안 좋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내 집 주방 아래에서 그런 게 직접적으로 느껴지니 기분이 묘했다. 내가 매일 음식을 해 먹는 곳이 사실은 썩은 배관 위에 놓여 있다는 현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결국 뚫리긴 했는데 왠지 개운하지 않은 기분
한 시간 정도 지나니까 물이 시원하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작업을 마치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할 줄 알았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 또 다른 걱정이 생겼다. 배관 플러싱을 한 번 했다고 해서 이 오래된 건물의 배관이 새것처럼 변하는 건 아닐 테니까. 또 언젠가 비슷한 소리가 들리고 물이 역류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남았다. 업체분께 비용을 결제하고 돌려보낸 뒤 멍하니 싱크대를 바라보는데, 이게 정말 해결된 게 맞나 싶은 의구심이 들었다.
이후의 생활과 남겨진 숙제
그날 이후로 기름기 있는 그릇은 더 신경 써서 닦아내고 있지만, 여전히 가끔씩 배수구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신경 쓰인다. 완전한 수리라는 건 없는 걸까. 아니면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걸까. 돈을 들여서 뚫긴 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건물 전체 배관을 다 교체하는 것뿐이라는 말을 들으니 더 막막해졌다. 다음번에 또 막히면 그때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아마 또 똑같이 업체에 연락하고, 집주인과 통화하고, 내 탓이 아님을 증명하려 애쓰는 과정을 반복하겠지. 그게 자취하는 사람의 숙명인가 싶기도 하고, 참 여러모로 피곤한 일이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불안함이 뭔지 더 잘 알 것 같아요. 오래된 건물 배관은 정말 문제가 많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