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환풍구로 타고 들어오는 냄새의 정체
분명히 우리 집은 금연인데 퇴근하고 들어오면 화장실에서 묘하게 찌든 담배 냄새가 난다. 처음에는 내 코가 이상한가 싶었다. 아침에 나갈 때는 분명 괜찮았는데, 저녁에 씻으려고 욕실 문을 열면 훅 끼치는 그 냄새. 냄새라는 게 참 기분 나쁜 게, 어디서 정확히 들어오는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하수구 문제인가 싶어서 트랩도 설치해보고 락스도 들이부어 봤는데, 결론적으로는 환풍구 쪽에서 넘어오는 게 맞는 것 같다. 윗집 아저씨가 퇴근하고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인데, 이걸 어디다 대고 말하기도 참 애매하다.
스타일러로 옷 냄새를 잡아봐도 방 전체는 해결이 안 된다
집에 LG 스타일러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출근할 때 입는 코트나 정장에 밴 냄새는 트루스팀 기능으로 어떻게든 해결이 된다. 200만 대가 넘게 팔렸다고 광고할 때 그냥 생활 가전이겠거니 했는데, 확실히 스팀으로 고온 살균을 하고 나면 냄새 분자가 분해되는 느낌은 난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내 옷 이야기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그 미세한 담배 입자들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스타일러 안은 쾌적해지는데, 정작 내가 사는 거실과 화장실은 여전히 쿰쿰한 냄새가 머물러 있으니 오히려 더 괴리감이 든다. 기계를 쓴다고 해서 근본적인 냄새의 근원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방향제와 향초가 오히려 머리만 아프게 만든다
냄새를 냄새로 덮으려고 향초도 켜보고 디퓨저도 비싼 걸로 사다 놨다. 근데 이게 최악의 선택이었다. 섞여 버리니까 냄새가 더 지독해진다. 차 안에 방향제 두지 말라는 뉴스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말이 딱 맞다. 화학적인 향이 섞이니까 오히려 머리가 지끈거린다. 곰팡이 냄새랑 담배 냄새가 섞인 채로 꽃향기까지 얹어지니, 이건 뭐 청소를 한 건지 냄새를 박제한 건지 알 수가 없다. 돈은 돈대로 쓰고 결국 환기만이 답이라는 평범한 진리만 다시 확인하게 됐다.
오피스텔 구조상 어쩔 수 없는 냄새와의 전쟁
지금 사는 곳이 지어진 지 10년이 넘은 오피스텔이라 그런지 구조가 참 답답하다. 벽지 냄새인지, 아니면 전 세입자가 피우던 게 아직 남아 있는 건지 가끔은 벽에서도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이른바 헌집 증후군이라는 게 이런 건가 싶기도 하고. 벽지에 냄새가 배면 이건 정말 답이 없다. 업체라도 불러야 하나 고민했는데 비용도 만만치 않고, 무엇보다 남의 손길이 닿는 게 꺼려져서 그냥 참기로 했다. 어차피 전세 기간 끝나면 나갈 곳인데 싶다가도, 매일 들어오는 냄새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결국은 환기라는 결론에 도달하지만
결국 창문을 열어두는 게 가장 확실하다. 그런데 요즘처럼 미세먼지 심하거나 밤늦게 들어오면 그것마저도 힘들다. 밤 11시가 넘어서 화장실에서 담배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나는 그냥 화장실 문을 꽉 닫고 안방 문까지 닫아버린다. 이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것뿐이라서 그냥 그렇게 지낸다. 다음번에는 무조건 환기 시설이 잘 된 신축으로 가야겠다고 다짐하지만, 막상 집을 구할 때 환풍구 역류까지 신경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냄새라는 게 참 끈질기다. 오늘도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화장실 문부터 확인하겠지. 아마 냄새는 오늘도 나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