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 개수대의 현실적인 풍경
주말이면 짐을 챙겨 나가는데, 사실 출발 전부터 고민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처음 캠핑을 시작했을 때는 멋진 장비나 텐트 디자인에만 신경을 썼는데, 막상 현장에 도착해서 겪는 고충은 생각보다 사소한 곳에서 터지곤 한다. 예를 들어 진위천 같은 곳을 가거나, 이름 좀 있다는 오토캠핑장을 예약해서 가보면 가장 붐비는 곳이 다름 아닌 개수대다. 4인 가족이 2박 3일 짐을 싸서 가면, 돌아올 때까지 씻어야 할 그릇이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특히 저녁에 삼겹살이라도 한 판 구워 먹고 나면 기름기가 남은 그릇을 들고 찬물만 콸콸 나오는 개수대에 서 있는 게 정말 일이다. 어떤 곳은 1박에 5만 원 정도를 받는데도 개수대 온수가 제대로 안 나와서 손이 시려 혼난 적도 있다.
남자소변기 냄새와 마주했을 때의 당혹감
개수대 이야기가 나오니 갑자기 공중화장실 생각이 난다. 얼마 전 근처 공용 시설을 이용할 일이 있었는데, 남자소변기 근처에서 올라오는 그 묘한 냄새 때문에 숨을 참아야 했다. 집에서는 개수대 하수구 냄새가 나면 바로 트랩을 바꾸거나 청소하면 그만인데, 이런 공공장소는 참 답이 없다. 그냥 빨리 볼일만 보고 나오면 그만이지만, 바로 옆에 간이개수대가 붙어 있는 구조라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밥 먹을 그릇을 씻는 곳과 냄새나는 소변기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게 위생적으로 맞나 싶다가도, 시설이 부족한 곳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넘긴다. 그런데 그 냄새가 왠지 내 손에 밴 것 같아서 괜히 찝찝함이 한참을 간다.
CCTV 폴대와 묘하게 얽힌 주차 시비
한번은 차를 대고 개수대로 향하는 길에 설치된 CCTV 폴대를 살짝 칠 뻔한 적이 있다. 어두운 밤에 캠핑장 안쪽은 생각보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서 조심해야 하는데, 짐을 내리느라 정신이 없었던 탓이다. 요즘은 블랙박스니 뭐니 해서 차 관리에 다들 민감하다 보니, 혹시라도 폴대를 건드려서 차체에 흠집이라도 났으면 정말 골치 아플 뻔했다. 예전엔 그냥 텐트 치고 노는 게 전부였는데, 요즘 캠핑장들은 구역마다 CCTV를 촘촘하게 설치해 둔다. 도난 방지 차원이라지만, 왠지 누군가 내 행동을 다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 좁은 개수대에서 그릇 씻는 모습까지 찍힐까 봐 괜히 머쓱해지곤 한다.
업소용 주방 설비에 대한 짧은 미련
집에서 주방 리모델링을 고민하다가 업소용 주방 싱크대를 설치하면 어떨까 상상해 본 적이 있다. 식당에 가면 보는 스테인리스로 된 크고 깊은 개수대 말이다. 가격을 알아보니 프로맘 싱크볼 같은 가정용 제품도 종류가 엄청나고, 세라믹 싱크대는 예쁘긴 한데 관리가 쉽지 않아 보였다. 결국 적당히 타협해서 일반적인 디자인으로 결정했지만, 가끔 캠핑장에서 큰 개수대를 써보면 ‘아, 집에도 저런 게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물비누 하나 제대로 놓을 자리도 부족한 좁은 부엌이라 불가능하다. 설거지 양이 많을 때는 집에 있는 개수대가 참 작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여전히 남아있는 작은 불편들
결국 캠핑을 다니며 겪는 이 모든 게 일종의 체험이라고 생각하려 노력 중이다. 빗물막이가 제대로 안 돼서 비 오는 날 개수대 앞이 흙탕물이 되는 것도, 옆 사이트에서 가져온 개인 세차 용품을 개수대에 펴놓고 눈치 없이 설거지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다 이런 생활의 일부가 아닐까.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 식수대 물맛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다가, 줄 서 있는 사람들에 치여 제대로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돌아온 적도 있다. 다음에는 평일 낮에 한적하게 가볼까 생각하지만, 사실 평일에 시간을 내는 게 훨씬 더 큰일이다. 짐을 다 정리하고 나면 몸이 천근만근인데, 집에 와서 다시 싱크대를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이게 맞는 건가 싶다가도, 또 다음 주 예약을 슬쩍 확인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사실 캠핑이 좋아서라기보다는 그냥 이 상황 자체에 익숙해진 것 같기도 하다.

개수대 앞 상황 묘사가 너무 현실적이네요. 저도 캠핑하면서 비슷한 경험 몇 번 겪어봤는데, 묘하게 익숙해지면서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게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