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대에서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을 때
주말 오후였다. 평소처럼 드립 커피를 내려 마시고, 습관적으로 원두 찌꺼기를 싱크대에 털어 넣었다. 원래는 일반 쓰레기로 버리는 게 맞는데, 귀찮음이 뇌를 지배한 순간이었다. ‘이 정도는 물이랑 같이 흘러가겠지’ 싶었는데, 그게 대형 사고의 시작이었다. 설거지를 하려고 물을 틀었는데, 배수구에서 꿀렁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물이 내려가지 않고 싱크볼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보통은 몇 초 뒤에 쑥 내려가야 하는데, 이번에는 한참을 기다려도 그대로였다. 당황해서 급하게 고무장갑을 끼고 배수구 망을 들어 올렸는데, 이미 찌꺼기들이 기름때랑 엉겨 붙어서 떡이 되어 있었다.
펌프랑 세제로는 택도 없었던 상황
다이소에서 2,000원 주고 샀던 압축 펌프가 생각났다. 예전에 변기 막혔을 때 썼던 건데, 싱크대라고 다를까 싶어 힘껏 펌프질을 했다. 퍽, 퍽 소리가 나면서 공기가 배관 안으로 들어가는 듯했지만, 물은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그다음엔 마트에서 파는 액체형 배관 클리너를 부어봤다. 거의 5,000원 가까이하는 제법 비싼 걸 사서 한 통을 다 쏟아부었다. 뒷면 설명서에는 30분 뒤에 뜨거운 물을 부으라고 되어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마음이 너무 조급해서, 이게 정말 녹기는 하는 건지, 아니면 배관만 더 상하게 하는 건 아닌지 걱정만 됐다. 막상 30분 뒤에 뜨거운 물을 부었는데도, 물은 아주 조금씩, 정말 답답할 정도로 천천히만 빠졌다.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해 말아 고민하던 시간
시간을 보니 벌써 저녁 7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관리사무소에 전화하면 설비 팀이 오겠지만, 괜히 주말 저녁에 번거롭게 만드는 건 아닌가 싶어 망설여졌다. 예전에 세면대 팝업 교체할 때는 출장비만 5만 원 정도 불렀던 기억이 났다. 싱크대 배관은 더 깊숙이 들어가야 해서 돈이 더 들 것 같았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얼음을 가득 채워두라는 글도 보였다. 얼음이 녹으면서 배관 안의 오염물을 밀어낸다나. 당장 냉동실에 있는 얼음 틀을 다 꺼내서 배수구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차가운 얼음은 이미 엉겨 붙은 기름 덩어리에는 큰 효과가 없었다. 그저 찰랑거리는 얼음 소리만 싱크대에서 들릴 뿐이었다.
결국 도구를 사서 직접 쑤셔 넣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근처 철물점에 달려갔다. ‘하수구 뚫는 와이어’를 샀다. 가격은 8,000원 정도 했던 것 같다. 아주 긴 철사 끝에 솔이 달려 있는 형태였다. 싱크대 아래쪽 하부장을 열어 배관 연결 부위를 조심스럽게 풀었다. 안에 고여 있던 오물이 왈칵 쏟아질까 봐 대야를 받쳐두었는데, 정말 냄새가 장난이 아니었다. 10년 된 아파트라 그런지 배관 상태도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와이어를 넣고 이리저리 돌리는데, 뭔가 턱 걸리는 느낌이 났다.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쑤시니 커피 찌꺼기랑 기름때가 섞인 덩어리가 쑥 빠져나왔다. 솔직히 말하면 이 과정이 너무 더럽고 힘들어서 중간에 그냥 사람 부를 걸 그랬나 싶었다.
다 뚫고 나서 남은 찜찜한 기분
물은 시원하게 내려갔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찜찜했다. 배관을 분리했다가 다시 연결할 때, 나사가 헛도는 느낌이 들어서 왠지 불안했다. 혹시 나중에 여기서 물이 새면 어쩌지? 실리콘 테이프를 감을까 하다가 너무 복잡해질까 봐 그냥 꽉 조이는 걸로 마무리했다. 배관 설비는 전문가가 왜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겉으로는 물이 내려가지만, 배관 내부가 얼마나 깨끗해졌는지는 알 길이 없으니까. 다음에 또 막히면 그때는 진짜 업체에 맡기겠다고 다짐했는데, 아마 막상 일이 터지면 또 내가 먼저 해결하려고 덤벼들 것 같다. 그날 밤, 설거지를 다 끝내고도 몇 번이나 싱크대 아래를 확인하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얼음도 헛수고였네요. 찌꺼기가 기름때랑 굳어버린 게 정말 끈적거렸대요.
압축펌프를 시도하는 분도 있던데, 저도 비슷한 경험이라니 신기하네요. 기름때랑 찌꺼기 때문에 진짜 꼼꼼하게 청소해야겠어요.
커피 찌꺼기 때문에 싱크대가 그렇게 막혔다니, 정말 끔찍하겠네요. 냄새 때문에 사람 부를 뻔한 상황이라니, 생각만 해도 아찔해요.
얼음 넣는 팁, 꽤 현실적이었어요. 찌꺼기 종류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