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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배수구가 이상하게 계속 물이 차길래 뜯어봤다

어제는 퇴근하고 들어왔는데 욕실 바닥 상태가 영 이상했다. 샤워 한 번 하고 나면 물이 싹 빠져야 하는데, 무슨 고인 물처럼 한참을 찰랑거리는 거다. 처음에는 그냥 머리카락이 좀 꼈겠거니 생각했다. 사실 우리 집 화장실 배수구가 꽤 오래된 모델이라 평소에도 물이 좀 느릿하게 내려가긴 했다. 그런데 어제는 정도가 좀 심했다.

뜯어보니 생각보다 더 처참했던 배수구 상태

결국 고무장갑을 끼고 뚜껑을 열었다. 뚜껑을 들어내니 그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확 올라오는데, 진짜 비위가 상해서 헛구역질이 나올 뻔했다. 예전에는 약국에서 파는 하수구 세정제 같은 거 몇 번 부어주면 해결되곤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차원이 아니었다. 손을 집어넣어 보니 끈적한 오물들이 엉겨 붙어 있었다. 담배꽁초 같은 건 없었지만, 비누 찌꺼기랑 머리카락이 뒤엉켜서 거의 고체처럼 변해있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요석인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상태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동네 철물점에서 사 온 하수구 뚫는 기계와의 사투

당장 사람을 부르자니 배관청소비용이 꽤나 부담될 것 같아서 일단 버텨보기로 했다. 근처 철물점에 가서 하수구 뚫는 기계라고 해야 하나, 그 왜 뱅글뱅글 돌리는 스프링 달린 철사 같은 걸 15,000원 정도 주고 사 왔다. 가게 아저씨는 쉽게 된다고 했는데 막상 집에 가져와서 해보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배관 깊숙한 곳에서 뭔가가 걸리는 느낌은 나는데, 도저히 뚫리지가 않았다. 한 30분을 끙끙대며 쑤셨는데, 팔만 아프고 효과는 미미했다. 유튜브에서 본 것처럼 하면 툭 뚫릴 줄 알았는데 현실은 전혀 달랐다.

배관 내시경까지는 오버인 것 같아 멈췄다

중간에 ‘그냥 업체 불러서 배관 내시경이라도 돌려야 하나’ 싶어서 인터넷으로 좀 찾아봤다. 업체들 광고를 보니 무슨 첨단 장비로 배관 내부를 다 찍어서 보여준다고 하던데, 당장 오늘 밤 당장 물을 써야 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과정이 너무 거창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비용도 업체마다 천차만별이라 괜히 전화했다가 호구 잡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일단은 다이소에서 사 온 거름망을 새로 끼우고 물을 좀 쏟아부어 봤다. 물이 시원하게 내려가지는 않는데, 일단 역류는 안 하니까 그걸로 됐다 싶었다.

정화조나 하수관 문제일까 하는 찜찜함

이렇게 대충 뚫어놓긴 했지만, 사실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찝찝하다. 이게 정말 단순하게 머리카락이 낀 건지, 아니면 아파트 공용 배관 자체가 오래돼서 문제가 있는 건지 알 길이 없으니까. 예전에 어디서 봤는데 하수구 막힘이 반복되면 정화조 쪽이나 건물의 배수 설비 문제일 수도 있다고 했다. 만약에 다음 주에도 또 막히면 그때는 진짜 전문 업체를 불러야 할 것 같다. 오늘 산 철사 기구는 일단 욕실 구석에 던져뒀다. 괜히 샀나 싶기도 하고, 뭐라도 해보긴 했으니 다행인가 싶기도 하고. 마음이 복잡하다. 이런 작은 문제 하나가 주말의 평온함을 이렇게 깨뜨릴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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