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저녁, 평소처럼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발밑이 이상하게 눅눅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기려 했는데, 자세히 보니 싱크대 하부장 안쪽 바닥에서 물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단순히 설거지통에서 물이 샌 게 아니라, 하수구 배관을 타고 역류하는 상황인 걸 알게 된 건 바닥에 깔아둔 매트가 젖어서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했을 때였다. 이게 말로만 듣던 싱크대 하수구 막힘인가 싶어 덜컥 겁이 났다.
동네 업체에 전화해서 물어본 비용의 현실
당장 검색창에 하수구 뚫는 곳을 찾아 전화를 돌렸다. ‘서울하수구’라고 검색하니 광고성 업체들이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힘들었다. 대충 몇 군데 연락을 해보니 기본 출장비는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 거기서 내시경을 넣거나 석션기를 쓰면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했다. 결국 현장에 와봐야 정확한 견적이 나온다는 말이 왠지 불안했다. 막상 작업자가 와서 횡주관 문제라며 배관 교체까지 들먹이면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 같아서, 일단은 가장 저렴한 곳을 찾으려 애썼던 것 같다. 결국 오후 3시쯤 연락이 닿은 분이 두 시간 뒤에 오겠다고 해서 하염없이 기다렸다. 2시간이 2년 같았다.
내시경으로 들여다본 배관 속의 풍경
작업자분이 도착해서 가져온 장비는 생각보다 거대했다. 내시경 카메라를 배관 안으로 밀어 넣는데, 모니터에 비친 광경은 참담했다. 기름 슬러지가 배관 벽에 떡처럼 붙어 있어서 물이 지나갈 틈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예전에 누군가 기름을 그냥 부으면 안 된다고 했던 말이 뒤늦게 떠올랐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작업자분은 이 정도면 단순히 뚫는 걸로는 부족하고 스케일링 작업을 해야 한다고 했다. 비용은 20만 원대 후반에서 30만 원을 훌쩍 넘길 것 같았다. 이미 물이 바닥을 적시고 있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가격을 깎아달라는 말조차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빗물받이와 오수관의 구분이 왜 중요한지
작업 중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아파트 베란다나 다용도실의 우수관에 함부로 세탁기 배수를 연결하면 큰일 난다고 한다. 내가 사는 곳은 오수관이랑 우수관이 따로 분류되어 있는 지역이라, 만약 실수로 오수를 우수관으로 보내면 나중에 구청에서 민원이 들어올 수도 있다는 거였다. 그냥 물만 잘 빠지면 그만인 줄 알았는데, 배관의 구조가 이렇게 복잡한지 처음 알았다. 갑자기 옥상 우수관이나 지하의 큰 배관들까지 생각하니 도심의 기반 시설이 사실상 내 집 밑바닥까지 다 연결되어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작업이 끝나고 남은 찝찝함
작업은 약 1시간 정도 걸렸다. 뻥 뚫린 배관을 보면서 시원함도 잠시, 다시 기름을 붓는 게 조심스러워졌다. 과연 이게 영구적인 해결책일까? 아니면 1~2년 뒤에 또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는 걸까? 작업자분은 기름때를 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했지만, 사실 귀찮아서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큰 공사를 하거나 배관을 새로 깐 것도 아니고, 그저 쌓인 기름을 털어낸 정도라 근본적인 해결이 된 건지 여전히 찜찜하다. 내일 아침에 설거지를 할 때 또 물이 차오르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함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작업 이후의 미묘한 불편함
결국 비용을 지불하고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30만 원이라는 돈이 적은 건 아니었지만, 당장 물이 넘치는 걸 막았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다만, 하수구 내시경을 보며 느꼈던 그 끈적한 기름 슬러지의 잔상이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 앞으로는 설거지할 때 기름기 있는 그릇은 무조건 키친타월로 닦아내겠다고 다짐했지만, 며칠이나 갈지 모르겠다. 사람이 참 간사한 게, 당장 문제가 사라지면 그 불편했던 기억은 서서히 잊히기 마련이니까. 지금도 싱크대 밑을 볼 때마다 혹시 또 젖어있는 건 아닌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겨버렸다.

기름기 많은 음식 자주 드시는 거 보니, 정말 겪어보시겠네요. 하수구 내시경 영상만 봐도 끔찍하데.
이런 상황, 정말 스트레스겠네요. 기름때 때문에 꼼꼼하게 관리하는 게 중요하겠어요.
기름때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네요. 특히 오래된 배관이면 더 심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