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바닥에서 올라오는 퀴퀴한 냄새의 시작
어느 날부터인가 안방 화장실에 들어가면 코를 찌르는 퀴퀴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하수구에 머리카락이 좀 쌓여서 그런가 싶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샤워할 때마다 뜨거운 물을 일부러 하수구 구멍에 오래 흘려보내기도 하고, 락스를 희석해서 바닥에 뿌려두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문을 닫아두고 몇 시간 뒤에 다시 들어가 보면 어김없이 그 쾌쾌하고 눅눅한 하수구 냄새가 화장실 가득 차 있었다. 배수구 거름망을 꺼내서 칫솔로 구석구석 닦아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베이킹소다랑 식초를 1:1 비율로 섞어서 부으면 거품이 나면서 배관 안쪽 찌든 때를 녹여준다고 해서 따라 해봤는데,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거품을 보며 이번엔 진짜 해결되겠거니 기대했던 내 모습이 머쓱할 정도로 두 시간쯤 지나자 냄새가 다시 슬금슬금 올라왔다. 임시방편으로 쓰지 않는 아이스팩을 배수구 위에 얹어두면 냄새를 막아준다고 해서 올려봤는데, 머리를 감거나 샤워를 할 때마다 무거운 아이스팩을 발로 밀어 치우고 다시 얹어두는 짓을 반복하다 보니 이게 무슨 짓인가 싶어 짜증이 확 밀려왔다.
다이소에서 사 온 임시 방편들과 물리적인 한계
결국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겠다 싶어서 다이소에 들렀다. 화장실배수구교체 관련 부품이 있을까 싶어 철물 코너를 기웃거렸는데, 생각보다 종류가 너무 많았다. 배수구 냄새 방지 트랩도 있었고, 액체로 된 하수구뚫어 세제도 있었다. 일단 3,000원짜리 액체 클리너와 세면대 밑 배관을 청소할 수 있다는 얇은 플라스틱 갈고리 핀을 사 왔다. 집에 오자마자 갈고리 핀을 세면대 구멍에 쑤셔 넣었다가 뺐는데, 뭉쳐진 머리카락과 정체불명의 검은 진흙 같은 덩어리가 엉겨 나와 비명이 절로 나왔다. 냄새는 상상을 초월했다. 하지만 그렇게 한참을 쑤셔대도 물이 시원하게 내려가지 않는 건 여전했다. 화장실수도꼭지교체 할 때나 쓰는 몽키스패너를 들고 세면대 아래를 들여다보는데, 우리 집 세면대는 하단이 도기로 막혀 있는 타입이 아니라 아래쪽에 수납장이 있는 하부장세면대 형태였다. 하부장 문을 열어보니 복잡하게 얽힌 하수배관과 주름관이 좁은 틈새에 꽉 들어차 있었다. 공간이 너무 좁아서 손을 집어넣기도 힘들었고, 낡은 주름관 겉면에는 미세한 먼지와 찌든 때가 굳어 있어 만지기도 싫은 비주얼이었다.
직접 하부장 세면대 아래를 뜯어보기로 결심한 순간
주말 아침부터 큰맘 먹고 하부장 내부의 짐들을 다 꺼냈다. 샴푸 여분과 욕실 청소 세제들이 쏟아져 나왔다. 세면대 바로 밑의 U자형 배관을 분해해서 안쪽을 씻어내거나, 상태가 너무 안 좋으면 통째로 갈아 끼워야 할 것 같았다. 동네 오래된 철물점에 가서 세면대용 트랩과 자바라 호스를 14,000원 주고 새로 사 왔다. 철물점 사장님은 그냥 기존 거 돌려서 빼고 새 거 끼우면 된다며 아주 쉽게 말씀하셨지만, 막상 좁은 하부장 틈새에 머리를 들이밀고 쪼그려 앉으니 한숨부터 나왔다. 대야를 밑에 받치고 연결 부위의 플라스틱 너트를 돌리기 시작했는데, 물때와 찌든 때 때문에 고착되었는지 끄떡도 하지 않았다. 미끄러운 장갑을 끼고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며 돌리자 겨우 삐걱거리며 돌아갔는데, 연결 틈새로 고여 있던 썩은 물이 쏟아져 내렸다. 대야를 대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손목을 타고 흘러내리는 그 미지근하고 불쾌한 느낌은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는다.
머리카락 덩어리와 삭아버린 고무 패킹이 준 당혹감
겨우 떼어낸 자바라 호스 안쪽을 들여다보니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호스 내부의 주름진 틈새마다 회색빛 비누 찌꺼기와 머리카락이 떡처럼 뭉쳐서 통로를 거의 다 막고 있었다. 이러니 물이 안 내려가고 썩은 냄새가 역류할 수밖에 없었다. 고무 패킹은 이미 삭아서 찢어져 있었고, 그 틈으로 물이 미세하게 새어 나와 하부장 나무 바닥이 살짝 울어 있는 것도 그제야 발견했다. 진작 열어볼 걸 하는 후회와 함께, 새로 사 온 배관을 조립하기 시작했다. 설명서도 제대로 없는 투명 비닐봉지에 담긴 부품들을 보며 대충 감으로 맞춰 끼웠는데, 생각보다 나사산이 잘 맞지 않아 헛도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만 삐끗해도 물이 샐 것 같아서 조였다 풀었다를 대여섯 번은 반복한 것 같다. 겨우 고정하고 물을 틀어보니 다행히 연결부에서 물방울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하부장 안쪽 깊숙이 벽으로 들어가는 하수배관 연결 부위였다. 벽면 구멍 주변의 실리콘이 다 뜯어져 있었고, 그 틈새로 찬바람과 함께 또 다른 불쾌한 냄새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배수관 청소 스프링과 액체 클리너의 어설픈 효과 비교
벽 안쪽 배관 자체가 막힌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예전에 사두었던 수동 하수구뚫는기계, 그러니까 끝에 철사 스프링이 달린 도구를 꺼내왔다. 이걸 벽 안쪽 하수구 구멍에 밀어 넣고 돌리면서 쑤시는 방식인데, 몇 미터쯤 들어가더니 턱 걸려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억지로 밀어 넣다가 스프링이 배관 안에서 꼬여서 빠지지 않을까 봐 덜컥 겁이 났다. 만약 배관이 깨지기라도 하면 아래층 천장 누수로 이어져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텐데 하는 걱정이 머리를 스쳤다. 조심스럽게 스프링을 다시 감아 빼내고, 아쉬운 대로 마트에서 사 온 가장 강력하다는 화학 액체(하수구뚫어) 한 통을 벽면 배관 구멍에 통째로 들이부었다. 확실히 쇠로 된 스프링을 쑤셔 넣는 건 물리적으로 걸린 이물질을 긁어내는 데는 직관적이지만 배관 상할까 봐 너무 무서웠고, 액체 세제는 붓기만 하면 되니 마음은 편한데 깊은 곳에 쌓인 슬러지를 완전히 없애기에는 역부족인 느낌이었다. 비교해 보면 둘 다 일장일단이 있다기보다, 비전문가가 하기엔 둘 다 엉성하고 찜찜한 해결책이었다.
결국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덮어버린 배수구 덮개
주말 반나절을 꼬박 다 바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조립을 끝내고 하부장 문을 닫았다. 일단 세면대 물은 예전보다 아주 쪼금 더 잘 내려가는 것 같긴 한데, 드라마틱하게 콸콸 쏟아지는 수준은 아니다. 여전히 욕실 문을 닫아두고 다음 날 아침에 들어가 보면 미세한 하수구 냄새가 공기 중에 맴돈다. 아무래도 세면대 주름관의 문제가 아니라, 벽을 타고 내려가는 메인 배수관이나 심하면 저 아래 우수맨홀 근처 어딘가에서 역류하는 냄새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럴 줄 알았으면 괜히 혼자 고생하지 말고 처음부터 하수구내시경 장비를 들고 다니는 전문 업체를 불러서 배수구 안쪽을 들여다보고 하수구고압세척기 같은 걸로 시원하게 뚫을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업체 견적을 알아보니 대략 15만 원에서 20만 원 선이라 돈이 아까워 셀프로 덤볐던 건데, 삭신이 쑤시고 손에서 가시지 않는 하수구 냄새를 맡고 있으니 그 돈이 그리 큰돈이었나 회의감이 든다. 수도배관청소든 하수구 청소든 전문가들이 기계를 들고 다니며 작업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아직도 거실 화장실 문을 열 때마다 미세한 냄새가 코끝을 스치는 것 같아, 이걸 다시 업체를 불러야 하나 그냥 모른 척 살아야 하나 여전히 고민 중이다.

저도 비슷한 경험 한 적 있네요. 하수구 뚫는 거 시도할 때마다 묘한 실망감이 몰려오는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틈새에 낀 찌꺼기 때문에 뚫는 데 엄청난 시간이 걸리더라구요.
아이스팩을 계속 얹어두는 게 얼마나 답답했는지…
아이스팩으로 덮어둔 채로 샤워를 하다니, 꼼꼼함과는 거리가 멀었네요. 냄새가 다시 올라오는 걸 보니까 좀 답답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