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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밸브를 돌려봤다

어느 날부터인가 화장실에서 자꾸 ‘둥둥둥’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윗집에서 무슨 안마의자라도 돌리는 줄 알았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우리 집 변기 쪽에서 나는 소리였다. 마치 누가 좁은 관으로 엄청난 양의 물을 억지로 밀어넣을 때 나는 그런 진동 같은 거 있잖나. 밤에 조용할 때 들으면 꽤 신경이 쓰여서 잠을 설치기도 했다. 변기 옆에 붙어 있는 앵글밸브를 손으로 살짝 만져보니, 아주 미세하게 덜덜거리는 느낌이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일단은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급하게 수도 배관 공사까지는 아니더라도 밸브부터 좀 잠가보자는 생각이었다.

앵글밸브를 잠그다 생긴 일

벽체에서 나온 앵글밸브를 시계 방향으로 돌려 수압을 낮추면 소리가 잦아든다는 글을 어디선가 봤던 것 같다. 겁이 많은 성격이라 완전히 다 잠그지는 못하고 반 정도만 돌려봤는데, 확실히 소리는 줄어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물이 차는 속도가 너무 느려진 건 둘째치고, 밸브 주변에서 물기가 조금씩 비치기 시작하는 거다. 아마 오래된 고무 패킹이 밸브를 돌리는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터진 모양이다. 1~3만 원이면 부품을 산다고 해서 직접 해보려고 했는데, 막상 몽키스패너를 들고 덤비니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았다. 세면대 수전 원홀 분해할 때도 고생했는데 변기 부속은 공간도 좁아서 손이 잘 들어가지도 않는다.

대림 변기 AS와 사설 업체의 고민

결국 대림 변기 AS를 알아볼까 했는데, 이게 또 주말에는 연결이 쉽지 않다. 성격이 급해서 사설 설비 업체를 부를까 싶어 서너 곳에 전화도 해봤다. 분배기 교체나 수도 배관 교체 같은 큰 공사를 주로 하는 곳들은 이런 작은 건은 견적을 내기도 애매해하는 눈치였다. 어떤 곳은 출장비만 5만 원을 부르는데, 부품비까지 더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것 같아서 망설여졌다. 욕조 배수구 교체할 때도 느꼈지만, 화장실 설비는 한 번 손대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배관 연결 부위 하나 풀었다가 그게 삭아서 뚝 부러지기라도 하면 일이 커지니까 말이다.

필밸브 교체라는 딜레마

결국 유튜브를 보면서 필밸브를 직접 사다가 교체해 보기로 마음을 굳혔다. 동네 철물점에서 만 원대 중반에 부품을 사 왔는데, 막상 변기 물통 안을 들여다보니 물때가 가득해서 손을 넣기가 싫어졌다. 고무 패킹이 삭아서 검은 물이 묻어 나오는데, 이게 닦아도 잘 안 지워진다. 좁은 화장실 안에서 쭈그리고 앉아 땀을 뻘뻘 흘리며 나사를 돌리는데, 이게 과연 옳은 선택인가 싶었다. 설비 업체 부르면 편하겠지만, 그 돈을 아껴서 맛있는 거나 사 먹을까 싶었던 내 생각이 조금 원망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여전히 찜찜하게 남은 뒷마무리

우여곡절 끝에 필밸브를 교체하고 앵글밸브를 다시 조였는데, 희한하게도 소리는 사라졌지만 물이 차오르는 수위가 이전이랑 미묘하게 다르다. 예전엔 이 정도 위치에서 멈췄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약간 더 높은 것 같기도 하고, 혹은 조금 낮은 것 같기도 하다. 물이 넘치지는 않으니 당장은 괜찮을 것 같은데, 나중에 집에 아무도 없을 때 혹시나 물이 새서 난리가 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든다. 설비라는 게 완벽하게 끝났다는 느낌을 받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 오늘도 화장실 문을 열 때마다 배관 연결 부위를 한 번씩 훑어보게 된다. 이게 잘 된 건지, 아니면 그냥 시한폭탄을 숨겨놓은 건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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